◎금속업 제외 중기비중 6%… 기형적 구조 굳어져/자금 역외유출도 심각… 지역경제 자생력 갖춰야포항도심에서 자동차를 타고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30분쯤 달리다 보면 왼쪽 구릉지에 청하농공단지가 나타난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 하대리에 위치한 청하농공단지는 지난 91년 5만여평의 부지에 21개 중소기업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준공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21개 입주업체 모두가 동시에 공장을 돌려본 적은 한번도 없다. 돌아가며 부도를 내고 가동이 중지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절반이 넘는 12개 업체가 부도를 내고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부도로 인해 놀고 있는 공장이 적지 않습니다.』
도명호 입주업체협의회장(삼화제과 사장)은 그동안 농공단지의 정상가동을 위해 단지차원에서의 전기기사 등 의무고용인원 축소, 용수확보와 하수처리 등 부대시설 운영에 대한 정부지원을 몇차례나 호소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밝힌다.
지난해 포항지역의 어음부도율은 0.86%로 전국최고를 기록했다. 포항제철이 지난해 8천4백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당기 순이익을 올린 점과 비교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양극화현상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올상반기중 부도율이 0.53%로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나쁘다는게 이 지역 중소기업 사장들의 말이다. 한 중소기업사장은 『포항이 세계적인 철강산업의 메카로 불리지만 중소기업들에는 너무나 척박한 불모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항지역의 제조업체수는 4백18개(95년 4월말 기준)로 인구대비 제조업체수가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포철과 관련된 공장들과 서비스업체만 번성할 뿐 일반 제조업은 설 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철을 위시한 1차 금속산업이 포항지역 전체 생산액의 81%, 부가가치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조립금속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체는 숫적으로 전체의 30%를 넘어서지만 생산액과 부가가치 비중은 6%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철강도시에서 조립금속 등 2차 가공업은 극히 취약해 산업연관효과가 거의 없는 기형적인 경제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도 최근엔 대기업의 감량경영바람을 타고 서리를 맞고 있다. 포항시 북구 중앙동 일대의 상인들은 『요즘처럼 장사가 안될 때는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포항지역의 서비스업체수가 전체 사업자의 68%를 차지, 전국평균 55%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불경기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황의 골이 심각해지자 이 지역 경제인들은 하나같이 『포항에서 번 돈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기관 예수금 가운데 외부로 빠져나가는 역외유출비율은 32%로 경북평균 19.8%, 울산의 25.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박문현 포항상공회의소 조사부장은 『역외유출비율을 5%포인트 정도만 낮추어도 포항경제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와함께 영일만 신항만의 건설을 앞당기고 첨단산업과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 포철의존도를 낮추면서 포항경제의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포항=최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