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를 마치고

이창호 <기획예산처 공공혁신본부>

어떤 대상을 평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평가를 하느냐, 평가를 당하느냐는 입장에 따라 평가를 대하는 태도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방법과 기준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평가를 피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평가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작업이 중요하다. 지난달 29일, 정부산하기관운영위원회는 최초로 실시된 87개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이번 평가는 18개 정부산하기관의 감독 부처가 교수ㆍ회계사 등 91명의 민간전문가로 공동평가단을 구성,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실시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산재한 기관을 직접 방문해 실사 작업을 벌였다. 평가 결과를 보면 일부 기관들은 경영혁신 노력과 경영실적이 민간기업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직까지는 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기관이 경영혁신을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했으나 운영이 부실해 가시적인 경영 성과는 미흡한 수준이었다. 특히 고객 만족이나 윤리경영에 대한 실천 노력이 부족하고 생산성 등 경영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그동안 국민들이 우려해온 정부산하기관의 경직성과 방만한 경영이 사실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평가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정부산하기관의 경영 실적이 투명하게 공개됨으로써 국민들의 감시를 받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산하기관도 이러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평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정부산하기관의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우수기관의 노하우가 무엇인지를 배우려는 벤치마킹도 한창이다. 정부는 이번 경영평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각 기관이 평가 결과를 수용하는 정도를 지수화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아울러 평가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적절히 설계하는 데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성과가 우수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간에는 분명한 차등을 둠으로써 공공기관이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다른 기관들과 경쟁하면서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높여갈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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