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시아의 두 갈래 움직임/폴 A 새뮤얼슨(송현칼럼)

코르시카 쌍둥이에 관한 옛날 이야기가 있다. 형제가 꼭 닮아 한명이 프랑스에서 칼에 찔리자 코르시카의 고향에 사는 다른 한명도 같은 부위에 피를 흘렸다는 것이다.동아시아국가들은 증시에 관한 한 신비스런 코르시카 쌍둥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일본의 주가가 급등할 때 한국 홍콩 싱가포르 및 대만의 주가도 뛰어올랐다. 최근 수년간 북미 및 유럽 주가가 장기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서울 동경 방콕 타이베이 및 싱가포르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가 이처럼 특정지역에서 동반 움직임을 나타내고 지역에 따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수수께끼다. 아무튼 한국과 일본간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다. ○주가 동반 등락 우선 90년대들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미국의 성장률을 밑돌았다. 반면 한국과 싱가포르의 성장률은 미국의 거의 두배나 됐다. 또 하나는 한국의 정치위기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고조되고 있다. 전직대통령과 고위공무원들이 부정축재로 구속됐다. 제2위의 철강회사인 한보철강이 부도처리돼 은행들과 정치인의 검은 돈거래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정부는 노동법을 날치기 처리,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다. 물론 일본도 과거에 뇌물수수 및 부정부패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역대정권은 대체로 안정되어 있었다. 부실채권을 떠맡은 은행들의 부침은 있었지만 은행들이 결정적인 위기에 내몰리지지는 않았다. 대학생들의 가두데모는 거의 없었다. 권위주의 체제인 싱가포르의 학생들에게는 시위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싱가포르의 주가가 미국과 유럽처럼 상승했던 것은 아니다.(역설적으로 폐쇄적인 러시아증시는 지난해 급등세를 탔다. 러시아경제가 성장했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러시아의 성장률은 하락했다. 그와같은 지나친 주식투자이익은 경제성장의 호조보다는 증시의 비효율성을 반영한다. 규제가 심한 중국증시가 폭발장세를 기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계는 남미의 칠레를 흥미와 선망의 눈으로 보아왔다. 군정종식 이후 칠레의 민간정부는 시카고학파의 시장기구와 진보형 복지정책을 혼합시켰다. 그러나 칠레의 실망스런 증시만 볼 경우 이같은 사실에 주목하지 않게 된다. 수수께끼에 대한 대답중 하나는 이것이다. 한 국가에서 일반경제의 건강상태와 증시의 건강상태는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 점은 잘 나타나고 있다. 1987년 뉴욕주가폭락의 원인은 미국경제의 침체가 아니라 지나친 호황 때문이었다. 올해의 경우 매월 실업률 및 산업생산 통계치가 나쁜 것으로 발표될 경우 주가지수는 오히려 올라간다. 투자가들은 『미연준리(FRB)가 인플레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 저금리추세가 채권가격을 높여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다』고 낙관할 것이다. 그렇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다우주가지수에 희소식이 된다는 억측을 해서는 안된다. 1929∼1933년 대공황기에 뉴욕주가는 81%나 하락했다. 그것은 지난 89∼93년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중·말련 등 급성장 일본과 네마리 용은 공통점이 있다. 임금상승으로 수출경쟁력 하락에 직면한 것이다. 해외 저임금지역으로의 공장이전은 산업구조재편 및 중산층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숙련공과 노동자들보다 대기업들이 해외진출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엔화에 대한 달러화가치가 50% 기까이 상승하는 바람에 미국의 생산성이 높아져도 아시아국가들에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중 미국내 승용차 판매대수가 도요타자동차는 56% 증가한 반면 포드는 4%에 그쳤다. 아시아의 염려는 역내에 있다. 잠자던 거인 중국은 일어나 급성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다른 개도국들도 개발행진을 시작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이들 국가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시아의 보호주의 무역국가들에 대한 우려가 보다 심각해지고 있다고 본다. 이같이 모든 상반된 움직임은 활력이 넘치는 시장제도의 특징이다. 기술혁신연구의 선구자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와 기업경쟁의 손익을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강의했다. 슘페터의 이론은 그가 석학으로 명성을 날린 20세기 전반기보다 오늘날 더 잘 들어맞고 있다.<미 MIT대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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