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위기에몰렸던 기업인이 그간의 자선행위와 사회 공헌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주철현 부장검사)는 22일 현대건설과 한국수자원공사간로비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아온 토목업체인 우성산업개발 이기흥(50) 회장을 불구속 수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체포돼 조사를 받아온 이 회장은 21일 오전 귀가조치됐다.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한 당초의 구속수사 방침을 번복, 불구속하기로 한 것은 회사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수십여장의 감사편지 때문.
사연을 캐물은 검찰은 이 회장이 2년여전부터 강서.도봉구 등 서울시 6개 구와경기 하남시의 생계가 어려운 독거노인과 장애인 680가구에 대해 매달 쌀 700여포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남몰래 펼쳐왔던 사실을 전해듣게 됐다.
이 회장은 또 현대 아산병원의 사회복지팀과 연결,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난치병 청소년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수술비로 매달 3천500만원씩 기부해왔다.
그동안 이 회장의 기부 혜택을 받은 환자는 100여명.
이 회장은 장래가 촉망되는 대학생 23명에게 매년 8천80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는 장학사업도 펼쳐온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원에 들어간 법대 학생에게는 월 50만원씩의 장학금도 지급해오고 있다.
이 같은 자선 사업으로 이 회장 개인이 1년에 사용하는 돈만 10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2001년께 회사 부도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반신마비에 걸려 한동안 고난을 겪은 뒤 회사를 회생시키고 나면서 평소 마음속에 품어왔던 자선활동을 시작하기로 했었다"며 "그런 사실이 알려져 쑥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회삿돈 30억원 횡령 혐의도 우성산업개발이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100%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기업이어서 횡령으로 인한 주주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의 개인기업이어서 회계 정리가 미흡했을 뿐 30억원도 결국엔 회사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고 사장과도 개인적 친분이 있을 뿐 돈을 전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285억원 매출에 2억2천만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던 이 회사는 4억2천만원을 기부금으로 사용했으며, 이 회장은 근대5종연맹 부회장에 이어 올해부터 대한 카누연맹 회장도 맡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