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배후 검은 실체 꼭 밝혀야”/의혹 증폭… 검찰 수사 본격화

◎“부실알고 5조 대출” 행장 결정으론 불가능/부도 당일까지 정 총회장 버티기 이해안가/“면죄부식 수사” 지양 철저규명을사상 최대의 금융스캔들인 한보사태와 관련, 시동이 걸린 검찰수사에서는 사건배후세력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대형부도사건이 터질 때마다 성역없는 수사를 외쳐왔으나 사실상 수사결과는 용두사미격이었다. 마치 검찰수사가 면죄부인 양 재벌총수나 관련은행장을 소환해서 적당히 수사하고 몇사람만 잡아 넣으면 사건이 종결되는 시나리오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왔다. 5·6공시절 이·장사건, 명성사건, 수서사건의 경우 외압과 배후의 실체는 전혀 밝혀내지 못했고 은행장과 정치인 몇명만 쇠고랑을 채웠으며 사건의 핵심은 베일에 가려지고 말았다. 검찰은 현재 대출과정의 불법행위를 캐내는데 힘을 모으고 있지만 전례에 비춰 이 사건의 핵심까지 메스를 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검찰이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에 나설지는 두고 볼 일이다. 벌써부터 검찰일각에서는 과거 수서사건 때처럼 사건의 핵심은 묻어둔 채 해명성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보부도사고를 면밀히 살펴보면 냄새나는 구석이 한두 곳이 아니다. 우선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보그룹에 어떻게 금융기관들이 5조원이 넘는 돈을 단기간에 빌려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금융계에서는 외부의 압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30여년 이상 은행에 몸담아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은행장들이 그처럼 무모한 짓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노련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유없이 자신이 죽을 짓은 하지 않는다. 목을 틀어쥐고 있는 거대한 힘에 강압당하지 않고는 그같은 짓을 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난해말 이후의 은행간 협조융자나 최근의 한보철강 처리과정에 있어 거대한 힘이 개입된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한보철강은 지난해말과 올초 추가대출을 꺼리던 제일, 산업은행 등 4개 채권은행으로부터 5천2백억원의 긴급융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상층부에서 모종의 사인을 주었다고 각 은행과 경제부처관계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이 거대한 힘은 한보에 추가대출을 해주라는 직접적인 지시는 하지 않았지만 한보철강의 산업적 중요성을 지적하는 등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강한 배후세력이 있다면 왜 한보의 부도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했느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보의 부실채권규모가 예상외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게 되자 배후세력들도 손을 들게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유력하다. 정태수 총회장이 부도당일까지도 채권은행단의 경영권포기요구를 거부한채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한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금융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은행 부실의 원인이 정치금융에서 비롯된 것이니 만큼 이는 금융개혁을 빌미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사고는 대출규모만도 5조원이 넘는 최대의 금융사고이므로 어느 한 세력에 대한 로비만으로 가능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들은 한보사태가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 관, 금, 재등이 총체적으로 관련된 한국적인 부패의 전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검찰이 거대한 힘의 실체를 철저히 파헤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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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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