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농협, 10년간 6兆 '공격 투자'

■ 농협발전 세부투자 계획<br>신용·경제분리 정부계획 맞대응 성격 짙어<br>"자금력 막강 식품·유통업계 지각변동 예고"


총자산 200조원이 넘는 ‘공룡’ 농협이 민간유통업체 지분출자 등 향후 10년간 6조원 이상의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세웠다. 농협의 이번 투자계획은 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맞대응적인 성격도 포함하고 있다. 경제 부문에 충분히 투자하고 그 혜택을 농민들에게 돌아가게 해 주변의 비판을 잠재우고 ‘신ㆍ경분리’도 필요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동해 농협 전무이사는 “농협이 ‘경제사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신ㆍ경분리 추진의 이유인데 이번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농협의 사업구조는 신용, 경제(유통 및 식품), 교육지원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농협은 그동안 경제사업에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농민ㆍ농촌 지원도 소홀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러한 점은 정부에 의한 신ㆍ경분리 추진의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농협 측은 경제 부문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줌으로써 “신ㆍ경분리의 실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복안이다. 농협은 자체 자금 및 신용사업의 힘을 빌려 6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며 그 첫번째 타깃으로 유통 분야를 지목했다. 이번 결정은 신세계(이마트), 롯데(롯데마트) 등을 중심으로 한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상당수 농민이 농산물 판매의 애로를 호소하는 점도 감안됐다는 해석이다. 농협은 1조원을 투입, 대형 유통업체 지분 10%를 인수해 대주주로서 민간업체의 경영에 개입할 계획이다. 중소업체는 아예 통째로 인수할 계획도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배당이익과 함께 민간업체에 농산물 전속거래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접 유통망 확대에도 나서 1,000평 이상의 대형 판매장을 37개, 200~300평 규모의 소형 판매장을 50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는 단계적으로 3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NH식품은 지역 조합들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식품가공사업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설립된다. 각 지역의 농협 조합이 반제품이나 OEM 생산에 주력하면 NH식품이 이를 총괄해 상품개발 및 마케팅을 담당할 예정이다. 특히 대규모 신규투자가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회사가 직접 투자하기로 하고 음료공장, 김치공장, 쌀가공 및 인삼가공 공장, 두부ㆍ참기름 공장 등을 설립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낮은 1차 가공식품 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산하의 목우촌은 계열사로 떼어내 종합식품ㆍ외식사업 업체로 키우기로 했다. 목우촌은 치킨프랜차이즈ㆍ패밀리레스토랑 등의 가맹점을 오는 2010년까지 2,000개로 늘려 5,3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소비지 유통시설을 확충해 대형 유통업체를 견제하고 사업을 전문화해 자립경영 기반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 100조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앞세워 기존의 농산물 생산시설, 유통 및 물류기반과 시너지를 창출해나가면 식품과 유통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눈길끄는 이색사업은? '장례지원단' 만들고 1군 1명품사업 추진 농협의 이번 발전방안에는 경제 부문뿐 아니라 교육지원과 신용사업에서도 눈길을 끄는 신사업이 적지않다. 우선 협동조합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교육지원 부문에서 농협은 각 시ㆍ군 조합이 해당 지역의 '생활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기능을 강화해줄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민병원 운영을 적극 검토해 고령화로 인한 농촌지역의 노인 의료수요를 충족시켜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농협장례지원단을 신규로 조직, 운영해 농촌지역에 저비용 토털 장제서비스를 제공한다. 확대되고 있는 1사1촌 운동과 병행해 1군 1명품 사업도 추진, 각 지역 특산작목의 상품화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농촌의 부동산 개발, 벤처농업기업의 발굴ㆍ육성을 지원할 농촌투자회사 설립도 주목된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자리잡은 농협의 신용사업이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금융시장의 포화상태에 대비해 미국ㆍ영국ㆍ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해외 지점을 개설하는 등 해외 금융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44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 조합의 상호금융을 중앙회 신용사업과 연계해 안정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이 분야의 상품개발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갈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