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리빙 앤 조이] 생애 첫 KS 우승 노리는 김성근 SK와이번즈 감독

"시즌 1위 소감? 예순다섯에 애 낳은 기분이오!"



"시즌 1위 소감? 예순다섯에 애 낳은 기분이오!" [리빙 앤 조이] 생애 첫 KS 우승 노리는 김성근 SK와이번즈 감독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김성근 감독 약력 ▦ 42년 일본생 ▦ 72 ~ 75 기업은행 감독 ▦ 75 ~ 제11회 아시아선수권 대표팀 코치 ▦ 76 ~ 79 충암고 감독 ▦ 79 ~ 81 신일고 감독 ▦ 84 ~88 OB베어스 감독 ▦ 89 ~ 90 태평양 돌핀스 감독 ▦ 91 ~ 92 삼성 라이온즈 감독 ▦ 96 ~ 99.7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 2001 ~02 LG 트윈스 감독 ▦ 2006 ~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 ▦ 2006.10~ SK 와이번스 감독 ▦ 2007 ~ 프로야구 올스타전 동군 코치 관련기사 • 無박2일 5山종주 • 불수사도북 9시간만에 완주 윤왕용씨 • 강남엔 '광청우관삼'이 있다 • [인터뷰] 김성근 SK와이번즈 감독 • 커스텀뷰 노안교정술, 노안치료 급부상 • [강한 남성] 17세게 파리 화려한 화장은… • 2007 횡성 한우 축제 >> 리빙앤조이 기사 더 보기 세상 모든 사람은 두 부류다. 자기가 맡은 업무를 장악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에 치여 쫓아 다니기에 급급한 사람도 있다. 밥벌이를 위해 발버둥치는 세상의 모든 이들은 제3자의 이 같은 이분법적(二分法的)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야구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故) 김동엽 감독은 해설자로 활약하던 시절, 선수가 미숙한 플레이를 할라치면 어김 없이 “저 선수, 야구를 모르고 하고 있어요”라고 질책하곤 했다. 그렇다면 올해 최초로 400만 관중을 돌파한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전문가나 팬들이라면 김성근 SK와이번즈 감독을 그 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김감독은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83년 OB베어스 감독 취임 이후 맡는 팀 마다 상위권으로 이끌며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의 지도력이 더욱 빛나는 것은 대부분의 팀들이 바닥을 헤매던 하위팀들 이었다는데 있다. 하지만 그는 정규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포스트시즌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들었고, 걸핏하면 팀에서 쫓겨나기 까지 했다. 88년 OB를 떠났고, 91년엔 삼성에서 물러나 4년을 쉬고, 95년 쌍방울을 맡았다. 96, 97년 연이어 쌍방울을 3위에 올려 놓고도 99년 일본 방문중 해고 통보를 받았다. 또 2002년에는 전년에 6위에 머물렀던 LG를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켜 놓고도 감독 자리에서 밀려났다. 2005년 순회코치로 일본의 지바롯데 말린스에 머물던 김감독은 지난해 6위팀 SK와이번즈를 맡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팀을 올 시즌 1위에 올려 놓았다. 자신의 실력은 운이나, 우연이 아니었음을 다시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올라 첫 우승을 위한 구상에 골몰하고 있는 무관의 제왕 김성근 감독을 만나 보았다. -지난해 6위팀인 SK를 맡아서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나이 먹어가지고 애 낳은거 같아요.(웃음) 그 것도 예순다섯살에 낳은거 아냐.(김성근 감독은 올해 예순다섯살이다) -김감독께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한 번도 없었던 걸로 아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있으십니까. ▦ 해봐야지요. 좋은 찬스니까. 내가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건… 글쎄. 이렇게 예를 들어 봅시다. 1,000원 밖에 없는 사람이 그 돈을 가지고 5,000원을 만들면 성공한거 아니요? 1만원 가지고 2만원 만들었다고 해서 2만원 만든 사람이 더 성공했다고 볼 수 없지는 않겠어요. 마찬가지로 야구도 1,000원짜리 야구가 있고, 1만원짜리 야구가 있어요. 1,000원 짜리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길이 있는겁니다. 나는 그 동안 크지 않은 기업이 운영하는 팀이나 약체 팀을 주로 맡아왔어요. 상황이 그런데 어쩌겠어.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가서 만원 짜리 팀으로 만들어야지. 상황에 따라 써야 하는 전략ㆍ전술이 따로 있는거 아니요? 물론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맡는다면 좋겠지만 내 팔자가 그런 걸 어떡해. 김감독은 데이터 야구의 철저한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김감독의 그런 데이터 야구가 약팀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 구실을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76년 충암고등학교 감독을 맡았던 그는 컴퓨터도 없던 시절 선수들에게 기록을 정리하게 한 후 이를 근거로 데이터 야구를 시작했다. 그런 김감독의 데이터 야구는 관용과 예외가 없기로 정평이 나 있다. - 김감독께서는 선수를 기용할 때 오로지 데이터만을 참조하나요. ▦ 야구가 데이터에 근거하는 것은 당연하지. 기업도 데이터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잖아요? 육감으로 어떻게 경영을 하나? 데이터를 신봉하는 건 궁지에 몰려야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요. 아이디어란게 코너에 몰리고 몰렸을 때 나오지, 적당히 하는 사람에게 나올리가 없지 않소. 실력은 없는데 이기려면 데이터를 살펴서 방법을 만들어내야지.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야구를 할 때 두들겨 맞아도 에이스라고 그냥 놓아 두는게 제일 문제야. 그건 감독이 책임을 면할 구실과 핑계를 만드는 거지. 에이스라고 믿고 맡겼더니 맞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방법을 내서 이기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6위팀을 정규시즌 1위로 끌어올리셨는데 SK의 내년이나 후년 전망은 어떻습니까. ▦ 만족할 수 없어요. 불만 투성이야 . 아직 멀었어요. 실수가 많아. 나부터도 그렇고. 김감독의 훈련은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그는 태평양 감독시절 한 겨울에 프로선수들을 데리고 오대산으로 들어가 극기 훈련을 시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훈련을 혹독하게 시킨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승부 근성을 키워주기 위해서인가요. ▦ 급박한 한계 상황에 처한 사람이 괴력을 발휘하잖아요. 불이 났을 때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랜드 피아노를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보자고. 나는 선수들에게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말라고 해요. 실제로 올해의 경우 우리 팀에는 한계를 극복한 선수들이 많아요. 적당히 해서는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지. -강훈을 시키는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기가 없지요. ▦ 남이랑 똑같이 해서는 상대를 못 이겨요. 우리는 지난해 12월에 제주에 캠프 차렸어요. 그 때부터 청백전을 치렀지. 아마 비슷한 시기에 그 정도 페이스로 훈련한 팀은 없었을거야. 일본 전훈을 가서도 그랬더니 일본 사람들이 놀라더라고. 일본 신문에 크게 났어요. 하지만 이미 우리는 1월부터 실전 준비가 된 상태였거든. 시범경기에서 1위를 했더니 말이 많았어요. 어쨌든 다른 팀하고 틀린건 우리는 준비 된 상태에서 시작했다는거요. -데이터나 선수들의 컨디션이 선발의 조건이라고 하셨는데 정에 약해질 때는 없나요. 이를테면 선수를 기용할 때 내가 너무 모질지 않나 하는 생각은 안드시나요. 혹시 데이터와 관계 없이 ‘어쩐지 오늘은 이 선수가 한 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없나요. ▦ 나는 사실 정이 많아요. 그런데 경기에 들어가면 인정사정 안 봐요. 데이터와 상관 없이 ‘왠지 얘가 한 건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는 한 시즌에 한 두번 있을까말까 해요. 데이터에 따르면 안될 선수인데 믿고 밀어붙여서 성공한 적은 올 시즌에 2번 밖에 없었어요. -상대팀 감독 중에서는 어떤 감독이 부담스러우세요. ▦ 시합 중에 움직이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감독이 김인식이야. 김인식은 상대를 움직이게 해놓고 허점을 노리는데 그게 무섭지. 다른 감독들은 쉽게 움직이니까 대비가 되는 편이고. -김감독께서는 팀을 맡으면 바로 그 다음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 난 어느팀을 맡든간 에 처음엔 실망하는 편이에요. 내가 왜 이 팀에 왔나 싶어. 그러면 고민고민하게 되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무엇이 팀을 살리는 가장 옳는 방법인지를 선택해요. 선수들을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하기도 하지. 예를 들어 ‘야구가 너에 어떤 의미냐’에 대해 쓰라고 하기도 해요. 그러면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라고 써요. 설문 조사를 통해서 ‘여자를 만나고 있는지’, ‘음주를 얼마나 하는지’까지 조사해요. 그런데 개중에는 ‘내가 왜 야구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선수도 있어요. 그런 선수를 발견하면 감독 김성근이 교수 김성근으로 변신하지. 세뇌를 하기 위해서…. 그래서 그런 선수를 일년 후 쯤에는 ‘오로지 야구를 위해 사는 선수’로 바꿔 놓아요. 물론 그 중에는 정신 개조가 안되는 선수들도 있어요. 그런 선수는 내가 아무리 가르쳐 봤자 안돼. 2군에서 열심하고 있다고 해도 내가 보기에는 놀고 있는 애들이 많아요. 난 그런 선수들과 타협한 적이 없어. 내가 거기에 맞춰 버리면 다른 선수들까지 다 죽어요. 나는 일본에서 생활을 하다가 한국으로 와서 욕을 엄청 많이 먹었어요.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리고 적어도 프로 선수라면 자기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하면 안돼. 프로선수가 열심히 하는건 당연하거 아냐? 프로는 어떻게 성과를 내느냐에 대해 얘기해야지. 선수들의 정신을 개조해서 시즌에 돌입하면 나는 손을 놔도 저절로 돌아가요. 건방진 얘기지만 기업도 CEO가 현장에 자주 나가면 그 회사는 망하는 회사야. 관리도 가까이서 하는 것 보다 멀리서 하는 게 차원이 높거든. -2005년 순회코치로 일본의 지바롯데 말린스에 계셨는데 아무리 일본이라지만 감독을 하다가 코치를 하는게 힘들지 않았나요. ▦ 아닌게 아니라 첫 해에는 감독 기분으로 코치를 했어요. 여러 각도에서 야구를 본거지. 발렌타인 감독도 나에게 이것저것 자문을 구했으니까. 2년째 되는 해에 우승을 했는데 다른 사람 밑에 있다는게 고달프더군. 그러니까 또 다시 감독으로서 뭔가 해보고 싶어지는거야. -당시 이승엽을 지도한 걸로 알고있는데 이승엽 선수가 지난해 보다 부진한 이유는 뭔가요. 내년에는 올 보다 나아질까요. ▦ 승엽이는 폼에 문제가 있어요. 또 지난 번 모친상을 당했을 때가 연습을 했어야 하는 시기인데 그걸 못했고…. 게다가 부상까지 겹친거지. 한국에 있을 때는 연습을 많이 안했거든. 얼마 전에 전화가 왔는데 그 얘기를 하더라고. 아마 시즌 초에 스타트가 좋았으면 잘 했을거에요. 승엽이는 안 풀리면 속으로 끙끙 앓는 스타일인데다 국내에서 최고 선수였다는 강박관념도 있겠지. - 데리고 있던 선수들 중에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잘된 애들이 기억에 남아요.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투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김감독을 비롯해 김인식, 김재박, 김경문 등 노회한 감독들의 두뇌 싸움을 보노라면 야구는 투수놀음이 아니라 감독놀음이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야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쯤 될까요. ▦ 글쎄 사람들 마다 생각이 틀리겠지만 난 40~50%쯤 된다고 봐요. -감독이 야구팀을 운영하는 것이나 CEO가 기업을 경영하는 행위는 인재 기용을 통해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프로팀이 선수를 기용하는 것과, 기업이 인재를 기용하는 데에는 유사한 점이 있지요. ▦ 나야 기업을 잘 모르니까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지. 하지만 우리는 사람을 쓸 때 포기가 너무 빨라요. 마지막 순간까지 능력을 찾아 살려줘야 하는데…. 버리기는 쉽지만 안고 가기가 힘든거요. 좋은 점을 끌어내서 유지시키는게 중요하다고 봐요. 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과정을 무시하는게 문제거든. 단기적 성과만 내려고 하는게 안타까워요. 우리나라는 정치만 봐도 순간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아요? 기존의 틀 속에서 보완해 나가야 하는데, 기둥 뿌리까지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 건 문제야. 또 하나는 목표 설정의 문제요.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한계를 어디에다 두느냐의 차이에요. 선수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의 한계를 설정해서는 안돼요. 나는 항상 ‘스스로 만족하지 말라’고 얘기하지. 그래야 발전이 있지 않겠어요. 타자가 3할이 좋은 성적이라고 만족해서는 안돼요. 3할을 친다는 얘기는 7할을 실수했다는 소리인데. 나머지 7할을 잘 치려고 해야지. 건방진 얘기지만 기업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어요. 무엇을 하더라도 누구 보다 뛰어나야 하지 않겠어요. 100% 최선을 다해야 실력이 다져지는거지 80%에 만족해서 머물면 그건 실력이 아니야. 야구 얘기는 많이 했으니, 이제 인간 김성근을 벗겨 볼 차례다. -집에서는 가족들과 어떻게 지내세요. ▦ 우리집에서는 내가 제일 문제야. 하숙생이나 다름 없거든. 잠만 자고 나오니까. -결혼은 어떻게 하셨어요. ▦기업은행 선수시절 집사람이 내 팬이었는데, 소개 받아 만났어요. 처음엔 마음에 없었는데 어쩌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바뀌어 가지고 결혼하게 됐지. -그렇게 말하셨다가 사모님이 이 기사 보시면 뒷 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나요. ▦ 괜찮아요. 다시 태어나도 나하고 결혼한다고 하니까. 남편을 좋아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구박을 일삼는 이 땅의 수많은 여우 같은 아내들에 비하면 김감독의 부인은 순수한 사람인가 보다. -자제분은 어떻게 두셨나요. ▦ 1남2녀인데 해외에 살고 있어요. 올해는 전부 국내에 들어와 있지. 전에는 간섭이 없었는데 요새는 야구에 참견을 하더라구. -집안 일은 좀 도와주시나요. ▦ 난 집에서 손 하나 까딱 안해. 인터뷰를 마치자 홍보실 직원 한 명이 들어와 “우리 감독님은 인터뷰를 30분 이상은 하지 않는 분인데 이렇게 오래 시간을 내주신 처음”이라며 기자에게 공치사를 했다. 그 직원은 이어서 김감독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인터뷰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아양(?)을 떨었다. ‘이제는 정부도 모자라서 야구단 프론트까지 기자를 공해 취급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김감독이 이 직원에게 한 마디 했다. “고생은 무슨 고생? 난 힘든 야구 안하고 매일 기자들 하고 인터뷰만 했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 2007/10/17 10:32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