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난속 3,200만명 '민족대이동'

경제난속 3,200만명 '민족대이동' 21일부터 본격 행렬 시작 3,200만명이 고향을 찾는 '민족대이동'이 21일부터 본격화됐다. 월요일인 22일이 샌드위치 데이인 까닭에 이날부터 고향을 찾는 발길이 서울역, 고속버스터미널에 몰렸고 경부ㆍ호남ㆍ영동고속도로도 차량들로 붐볐다. 그러나 귀성객이 예년에 비해 줄어든데다 긴 연휴로 분산돼 별다른 정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귀성객 크게 줄어 서울시가 예상한 올 설날 이동인구는 369만명.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보다 11.3%나 줄어든 수치다. 가족 대표만 고향을 찾는 '나홀로 귀향'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껑충 뛰어 오른 교통비도 부담이다. 고향 친구의 승용차에 편승하거나 가장 싼 대중교통편을 이용, 한푼이라도 줄이겠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공사장에서 철근일을 하는 이성태씨(39렐??서대문구 홍은동)는 21일 예년보다 훨씬 '소박한'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최근의 우여곡절을 머리속에 떠올렸다. 지나간 한달은 그에게 최악의 날들이었다. 공사장에서 22일간 일한 임금 200여만원을 제때 못받아 가슴앓이를 한데다, 형마저 실직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초 이번 설은 아예 포기할 까 생각했으나 설이 다가오면서 온 가족이 한데 모여 힘을 합치면 뭔가 돌파구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바꿔먹었다"고 말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김모씨(54럭篇タ?는 어려울 때일수록 설은 더 소중한 의미로 새겨둬야 한다고 믿고 있다. 5남매중 맏이인 김씨는 최근 형제들에게 "힘들더라도 빠짐없이 시골로 내려오라"고 연락했다. 명절에도 얼굴보기 힘든 시집간 여동생 3명까지 죄다 불러모았다. 김씨는 "이럴 때 일수록 형제간 우애를 보여주는 게 팔순을 앞둔 노부모님에 대한 효도"라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이모씨(29)는 상황은 나빠졌지만 이번 설에는 충남 대천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꼭 내려갈 생각이다. 이씨는 "때가 때인지라 무척 심란하지만 고향에서 성묘하면서 힘도 얻고 곧 결혼식 올릴 며느리도 돌아가신 부모님께 보여드리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역귀성은 늘어 5∼6년 전부터 설 명절 '역귀성' 풍속이 점차 확산된데다 최근에는 아예 추운 겨울 한철을 서울의 자식 집에서 보내는 노인들이 늘어 시골 마을의 설 명절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다. 게다가 자식들을 서울로 올려보내고 시골을 지키던 노인들마저 설 연휴를 앞두고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오는 바람에 한 마을 전체가 텅 비어버리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전곡리 마을은 몇 년 전만해도 설을 앞두고 들뜬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6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이곳에 사는 노인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자식들 있는 서울로 올라가서 설까지 보내겠다"며 하나 둘씩 마을을 떠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다. 서울역 고객지원과 관계자는 "이번 주말부터 설 연휴 전반까지 상경 열차표는 이미 95%정도 예매가 끝난 상태"라며 "예전과 달리 설을 시골에서 쇠야 한다는 개념이 많이 사라져 지방에서 올라오는 노인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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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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