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하철도 999의 「철이」/「한보 신조어」 아세요?

◎정씨 소환 옷차림은 「은마패션」/한보사태 주제가=「봉선화 연정」/수뢰의혹 정치인 「오리발」 빗댄 「아니면 말고」/「한국 최고 실력자는… 정태수」 넌센스 퀴즈도「한보사태의 주제가는 봉선화 연정」, 「깃털」, 「은하철도 999의 철이」, 「은마패션」, 「아니면 말고」…. 한보그룹 특혜대출 비리사건과 관련해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단어들이다. 큰사건은 많은 말을 만들어 낸다. 특히 정치권이 개입된 의혹사건일수록 더욱 많은 경향을 보인다. 한보사건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두사람 이상만 모이면 반드시 화제가 되는게 한보이야기다. 이런 자리에서는 사건 관련당사자들이 직접 뱉어낸 말은 물론 사건추이와 현상을 빗대서 나온 말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형태도 비아냥, 넌센스 퀴즈 등 다양하다. 그 이야기들은 입과 입을 통해서 급속하게 퍼져나가 유행어가 돼가고 있다.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은마패션은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검찰출두 모습에서 나온 말이다. 은하철도 999는 한때 큰 인기를 모았던 만화영화이고 철이는 여기에 나오는 얼굴이 안보이는 꼬마. 철이는 모자에 운동화차림으로 외투깃을 세운채 약간 구부정한 모습으로 나와 알듯 모를 듯한 예언적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런데 정씨가 중절모에 운동화를 신고 검찰에 나가는 장면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당시 마스크를 껴 얼굴을 가린채 눈만 내놓은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철이와 흡사한 이미지를 준 것. 은마패션도 정씨의 차림새에서 연유된 이야기. 은마아파트는 정씨와 한보의 상징인 곳이다. 정씨의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어색한 모습은 어찌됐든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이것이 바로 은마패션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소환패션이라고도 한다. 뒤를 봐준 사람들을 밝히지 않아 자물통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씨를 두고 넌센스 퀴즈도 나왔다. 질문은 「요즘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자는」 이고 그 대답은 「정태수」다. 제 아무리 높고 힘센 사람이라도 정씨의 말한마디면 한 순간에 끝난다는 것. 그런가하면 요즘 최고인기 가요는 현철이 부른 봉선화연정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유흥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가수이름이 공교롭게도 야권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와 같은데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는 가사가 의혹으로 가득찬 이 사건의 진상을 뭔가 시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말고」는 여권실세들을 비롯, 한보로부터 검은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야 인사들의 눈가리고 아웅식의 철면피한 태도를 빗대서 나온 말.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들은 처음 뇌물수수 사실이 알려지면 일단 「사실무근」, 「정씨 부자를 만난 적도 알지도 못한다」, 「정치적 음모」라며 한결같이 펄쩍 뛴다. 그러나 홍인길 의원의 경우 결국 사실로 확인됐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름이 오르내리는 나머지 정치인들도 조사해보면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실정. 그래서 친구들간에 무슨 이야기를 하던중 자기가 불리하면 처음에 우기다가 결국 자기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경우 「아니면 말고」라는 말로 얼버무리는 것이다. 「신팔불출」도 유행어중의 하나. 한보의 비자금이 어마어마한 규모이고 정치권에서는 돈을 받은 사람을 찾기보다 안받은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뇌물살포도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져 한보돈을 안먹은 사람은 팔불출이라는 것이다. 한보사태는 수사마무리 단계를 맞고 있으나 앞으로 국정조사, 대선등 여러고비를 남겨두고 있어 더욱더 많은 말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이현우·권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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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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