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23일] 보증기관 통합 설득력 적다

정부가 신용보증기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보증공급을 국내총생산(GDP)의 1% 내로 축소할 것을 권유한 이래 끊임없이 통합의 필요성이 지적돼왔다. 정부재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사업의 중복성ㆍ유사성을 감안할 때 통합의 당위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신용보증제도의 개혁을 통해 중복보증을 줄여왔지만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매년 중소기업의 부도로 막대한 대위변제를 물어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도 통합의 당위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논리에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첫째, 이미 신용보증시장은 일반보증시장과 기술보증시장으로 이원화돼 차별화된 보증운영으로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보증상품(보증제도) 개발에 대한 노력이 증가했고 벤치마킹을 통해 경영의 비효율성이 크게 제거됐으며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향상됐음이 그 방증이다. 더욱이 기술보증시장에서 축적된 사회적 투자가 산업의 불균형 해소는 고도화를 이룩하는 데 큰 기여했음이 입증되고 있다. 둘째, 공적금융인 신용보증은 수혜대상 자체가 한정적이거나 특정사업을 목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활력 있는 다수 중소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금융성 기금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에 의해 다중의 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중복보증이 자원배분을 크게 왜곡시킨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적어 보인다. 미국은 지난 1997년부터 3년에 걸쳐 신용보증 확대를 위해 395억달러의 충분한 예산을 집행했고 일본도 경기 버블 붕괴로 보증중단이 우려되자 1991년부터 1995년까지 139조엔의 보험인수액 지원을 중소기업에 집중한 바 있다. 셋째, 신용보증제도를 정부가 독단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인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부는 신용보증제도의 구성원인 금융기관과 중소ㆍ벤처기업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집권 초 공공개혁의 성과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다. 통합이 왜 필요한지, 통합에 대한 혜택은 무엇인지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보증기관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통합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시장에 심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정부재정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미국ㆍ영국 및 일본과 달리 민간 금융기관에서도 자금을 출연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그 비중이 정부 비중보다 훨씬 더 컸으며 최근 3년간 출연금 증가율을 비교해도 금융기관이 정부보다 앞선 추세다. 더욱이 보증수요자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통합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긴급히 조사한 보증기관 통합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 이상이 통합을 반대했다. 불도저식보다는 구성원들의 동의와 설득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세계는 중소ㆍ벤처기업을 기술혁신과 고용창출의 원천으로 인식해 경제의 성장 저변으로 육성하겠다고 경쟁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통합보다 제2의 기술창업 붐을 조성하기 위해 보증시장의 차별화를 더욱 가속화해 이미 형성돼 있는 시장의 힘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논리로 보증기관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중소ㆍ벤처기업의 활력과 에너지는 급격히 시들게 될 것이다. 아울러 경쟁의 부재로 구성원의 한계비용 감소노력이 떨어지고 도덕적 해이로 사회적 비용의 즉각적 상승을 야기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용정부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ㆍ벤처기업의 자금줄인 신용보증기관의 통합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것이다. 중소기업 정책에는 경제 논리 못지않게 정치ㆍ사회적 논리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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