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KT&G, SK의 守城비법 배워라"

총수가 직접나서 분식사과 호의적 여론몰이<br>'투기자본-건전자본 대결구도' 전략도 주효<br>폭넓은 지지세력 확보, 주총서 소버린에 압승


일명 ‘상어’로 불리는 칼 아이칸 측의 물어뜯기에 KT&G가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다. 아이칸 측은 지난달 3일 지분 6.59%의 매입신고 이후 불과 한달 동안 ▦사외이사 추천 ▦담배인삼공사 IPO 등 6개 항 요구 ▦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 ▦회사 측 지분인수 요청 ▦공개매수 가능성 시사 ▦회계장부 열람 신청 등 파상공세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KT&G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지지 획득에만 매달린 채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할 국내 언론이나 기관투자가들의 반감마저 초래, 경영권 방어의 밑그림조차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KT&G가 2년 전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을 받았던 SK㈜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확연히 차이 나는 여론조성 전략=지난 2003년 당시 SK의 최우선 전략은 우호적인 여론 확보였다. 여론전에서의 승리는 소버린과 표대결을 앞두고 ▦외국인 등의 의결권 확보 ▦백기사(우호주주) 확보 ▦임직원의 로열티 제고 ▦정부 지원 등을 위한 출발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식회계 파문으로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때 7개월 만의 수감생활 끝에 보석으로 풀려난 최태원 SK㈜ 회장이 직접 움직였다. 개별 신문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뉴(New) SK’를 선언, 과거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아울러 유일한 국내 정유회사인 SK㈜마저 외국인에게 넘어가면 글로벌 석유확보 전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울산시민들이 자발적으로 ‘SK㈜ 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이는 등 국내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반면 KT&G의 우호적인 여론조성 전략은 이렇다 할 게 없다. 곽영균 사장 등 핵심 임원진은 해외 지지세력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다. ◇SK의 ‘투기자본 대 건전자본’ 대결구도 주효=SK의 경영권 분쟁 당시 외국인 지분율은 절반에 달했다. 소버린 입장에서는 ‘국내 대 외국인’으로 만들었다가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소버린은 이에 대한 타개전략으로 비판적인 국내 여론에 대해 ‘외국인 혐오증’이라고 선동하며 외국인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했다. 반면 SK는 소버린을 정체 모를 투기자본으로 몰아세우면서 대립각을 ‘투기자본 대 건전자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당시 경영권 방어를 주도했던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은 경영권 분쟁 자체를 싫어하고 한국 정서도 중시했기 때문에 소버린의 문제점을 쉽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백기사 확보에서도 큰 차이 보여=소버린이 SK에서 철수한 데는 2004년 말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쿠웨이트페트롤리움(KPC) 등의 지분매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잇따라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눈치를 보던 외국인들이 SK 쪽으로 급속히 기운 것. SK 관계자는 “이들은 국제적인 명성은 물론 막강한 자금력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며 “소버린이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면 손해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버린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재료가 소멸, 주가가 더이상 오르지 않자 지난해 7월 SK 주가를 전량 처분했다. 반면 KT&G는 5.85%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행과 지분율이 0.2%에 불과한 삼성투신의 지지표명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백기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SK, 확실한 표차이로 공격의지 감퇴시켜=SK는 소버린과 첫 대결을 벌였던 2003년 주총에서 안건별로 최저 10%, 최고 20%의 격차로 승리했다. 2004년 주총에서는 양측의 격차가 더 커졌다. SK 역시 주총 이전에 이미 승리를 낙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는 주총 하루 전날까지 소액주주 가정을 직접 방문하거나 e메일 발송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위임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표차이를 최대한 벌려야 소버린의 공격의욕이 상실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고 해외 IR에만 매달리고 있는 KT&G 측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대표는 “회사 측으로부터 지지를 요청하는 서신 한 장 받은 적이 없다”며 “증권가에서 KT&G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특히 소버린과 표대결 과정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는 물론 외국인ㆍ소액주주들 등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 이는 사회이사 비율 대폭 확대, 오너 일가 전면 퇴진 등 SK그룹의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선책이 설득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임직원들의 단결을 이끌어내는 것도 SK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SK그룹 노조를 비롯해 전 경영진은 소버린을 강력 성토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회사 측에 힘을 보탰다. 이는 해외 투자가들에게 소버린의 경영권 장악 때는 노사분규 등으로 회사의 미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켜 경영권 승리에 일조했다. 한 M&A 전문가는 “KT&G 사태를 SK 사례와 비교하면 공격자는 더 막강해진 반면 방어자는 더 약해진 느낌”이라며 “KT&G의 경영권 방어능력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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