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불붙은 인터넷 주권 전쟁

美 ICANN 신규 도메인 정책 주도에<br>중국·인도·브라질 등 후발주자 반기<br>"현체제 유지" vs" 독점 안된다" 팽팽


인터넷이 무한 팽창하면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자, 중국ㆍ인도 등 인터넷 후발국들이 미국ㆍEU 등 선진국에 맞서 '사이버 주권 찾기'에 나섰다. 사이버 주권은 인터넷의 핵심 인프라인 IP주소와 DNS(도메인이름시스템) 서버의 통제권 등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ICANN이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사이버스페이스총회와 2014년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 개최국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인터넷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지적한다. 정부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오는 9월 열리는 아ㆍ태지역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 서울회의에서부터 주요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IP와 DNS서버 통제 문제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불거졌다. 격론 끝에 2009년 미국 정부가 ICANN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1년 ICANN이 신규 도메인 정책을 독단적으로 처리하자 인터넷 후발국들의 불만이 커졌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ITU 관할영역에 인터넷을 포함시키고 ITU를 통한 인터넷관리를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포함'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통신과 인터넷 접속권을 인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안건에 대해선 기권을 선택해 미국편을 들었다.


전문가들도 'ICANN체제와 ITU체제'를 두고 팽팽히 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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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NN체제를 지지하는 쪽은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 작동된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UN산하의 ITU는 변화무쌍한 인터넷을 담기에 딱딱한 조직이고, 국가간 경계를 넘나드는 인터넷을 국가라는 통제의 틀에 씌우는 순간 자유로운 발전은 힘들게 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의 선발주자인 구글과 페이스북 등도 "정부 중심인 ITU에서 인터넷 관련 국제협상을 하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반면 새로운 인터넷 거버넌스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인터넷이 중요한 자원인 만큼 ICANN이 아닌 각국이 인터넷 자원에 대해 자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현 체재 유지는 인터넷 선진국들이 후발국들의 정부 주도 ICT 육성을 막기 위한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것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날로 진화하는 인터넷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도 국가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윤정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는 "ICANN 체제유지 주장은 인터넷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IP와 DNS를 관리하는) ICANN은 인터넷 세상에서 사이버 핵폭탄에 버금가는 위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재천 인하대 교수 겸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회장은 "현실적으로 ICANN이 IPㆍDNS 운영권을 다른 곳에 넘겨줄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그러나 국가간 접속료, 망중립성, 사물간 통신 등 IP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정부와 사용자들이 충분히 많은 토론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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