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자금부족 예상보다 심각/한은 「1분기 자금순환 동향」

◎수출 감소·재고증가·수익성 악화 영향/금융부채도 석달새 47조1천억 늘어/개인 자금잉여액 9조4천억… 작년보다 22% 증가경기침체의 여파가 자금흐름에서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3개월동안 기업들의 금융부채가 47조1천억원이나 늘어 총 8백조원에 육박한 반면 개인의 저축이 기업의 자금수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자금순환동향」을 보면 기업의 자금부족이 예상보다 심각함을 알 수 있다. 1·4분기중 24조1천억원이라는 자금부족 규모도 문제지만 그보다 지난 75년 1·4분기 28.7%이후 22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26.6%의 「자금부족률」(경상GNP대비 기업부족자금의 비율)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가 얼마나 나빴는지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경기침체기여서 설비투자가 워낙 부진, 자금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수출감소와 내수둔화에 따른 재고증가, 수익성악화가 복병으로 작용하며 자금부족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된 것이다. 결국 3월말 현재 기업의 금융부채 잔액은 7백97조4천억원을 기록, 지난해말 7백50조3천억원에 비해 3개월새 47조1천억원이나 증가했다. 또다른 특징은 주식이나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이 위축된 반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간접금융의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간접금융 비중은 운전자금 수요 증가로 금융기관 차입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전년동기 24.2%에서 42.3%로 상승했다. 반면 직접금융 비중은 증시침체로 주식발행이 부진한 데다 대기업 부도의 영향이 점차 나타나면서 회사채 발행이 줄어 55.0%에서 41.7%로 하락했고 해외차입도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16.2%에서 6.5%로 축소됐다. 직접금융 수단 중 하나인 기업어음의 경우 1·4분기의 국내경기침체가 지속된데다 대기업부도가 잇따라 자금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 이의 영향이 나타났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단기자금수요가 크게 늘어 신용도가 우수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담보 기업어음 및 순수 중개어음 발행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 전년동기의 6조원을 훨씬 웃도는 9조2천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1·4분기에 국한된 현상일 뿐 2·4분기 중엔 금융대란설이 나도는 등 어음시장이 극도로 위축됐으므로 상황이 훨씬 나빠질게 분명하다. 이같은 사정은 해외차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4분기 중 해외차입이 전년동기의 4조6천억원보다 훨씬 줄어든 2조6천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보부도이후에도 계속된 대기업부도로 2·4분기엔 해외차입조건이 더 악화됐기 때문. 개인의 자금잉여액은 9조4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2% 증가했다. 소득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소비지출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반증이다. 특히 가정용 전기기기,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의 감소가 두드러졌으며 그 결과 자금잉여액을 경상GNP로 나눈 개인부문의 「자금잉여율」도 9.1%에서 10.4%로 상승했다. 개인이 생산활동에 쓰일 자금을 종전보다 많이 공급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개인부문의 기업부족자금 보전율은 39.6%에서 38.9%로 오히려 낮아졌다. 그만큼 기업의 부족자금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저축이 기업의 필요자금을 메워주는 측면에서 보면 상황이 더 나빠진 셈이다. 한편 경상GNP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인 금융연관비율은 5.65로 전년동기대비 0.38%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7.72%(95년)나 일본의 8.43%(95년), 대만의 6.11%(94년) 등에 비해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왜소한 상태임을 증명한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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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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