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그룹<롱위 전자>(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유럽을 공략하라” 탱크주의 맹위/프랑스 전자레인지 시장 25%이상 점유/「인센티브」 주효 생산성 매년 30% 성장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한 로렌지방은 알자스와 함께 한때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강단지로 우리에게 친숙한 곳. 그런데 현지를 방문하면 막연한 친숙함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지방정부의 해외기업 유치책자 표지에는 「환영」이라는 우리글자가 눈길을 끈다. 세계공용어가 되다시피한 영어의 사용을 거부할 정도로 유럽의 콧대높은 국가 프랑스, 그곳에서 표지가 한글로 장식된 책자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국내기업 유치에 대한 이들의 열의를 그대로 담고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철강산업의 쇠퇴와 함께 침체일로에 있는 로렌에 한국기업이 진출, 지역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그 주역이 바로 대우그룹이다. 로렌의 작은 도시인 롱위시에 위치한 대우전자의 전자레인지공장과 브라운관공장, 그 인근 파멕시에 자리잡은 컬러TV공장 등은 로렌에서는 특별한 존재다. 이들 3개공장의 종업원은 모두 1천3백50명 가량. 그 규모가 로렌·알자스 전체에서도 1·2위를 다툴 정도다. 로렌 지방정부 입장에서 대우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구세주」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해외기업이 수백명만 고용해도 훈장을 줄 정도인 프랑스의 입장에서 볼 때 로렌의 대우는 특별한 존재다. 이중 롱위의 전자레인지공장(DAEWOO ELECTRONICS FRANCE S.A)은 유럽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면서 프랑스 전체에서도 해외기업 유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롱위에 들어서면 「DAEWOO」라는 로고가 크게 새겨진 파란색 사각건물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전자레인지공장이다. 대지 1만3백70평, 건평 4천3백평 규모의 이 공장에 들어서면 귀에 익은 「탱크주의 96」이라고 써 붙인 대형표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내에서 대우전자의 상징단어가 된 이 「탱크주의」가 벽안의 현지인들에게도 전달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목표는 생산성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향상시키면서 서비스 콜(제품의 하자로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하는 전화) 비율을 1.5%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어니스트 로도 인사·관리담당매니저(과장)는 「탱크주의 96」의 목표를 이같이 설명한다. 특히 서비스 콜 비율을 1.5% 이하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평균 2.5%수준인 일본제품을 크게 앞서는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고객만족·높은 질·고생산성 등 3개항을 탱크운동의 기본방향으로 정해놓고, 사고율 1% 이하, 라인당 작업손실 5% 이하 등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올해는 이 공장 탱크주의의 4차연도다. 이같이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을 제시한 탱크주의는 지난 93년 첫 시도 이래 지금까지 매년 생산성이 30% 이상씩 높아지고, 이 공장이 연간 1백50만대 생산체제로 유럽최대의 공장으로 발돋움케 하는 「힘」이 됐다. 현재 이 공장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17% 안팎. 특히 프랑스에서는 2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우 전자레인지제품이 프랑스내 4가구당 1개 꼴로 보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화려한 명성을 유지한 것은 절대 아니다. 대우가 우리나라 읍정도 규모인 롱위시에 생산기반을 마련한 것은 지난 88년.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에 대우깃발을 꽂았다. 초기자본금 2백만달러로 대우가 51%, 프랑스 유수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JCB가 49%를 출자했다. 가동 첫해인 89년에는 주요부품을 국내에서 들여와 단순조립하는 형태였고 연간 생산규모도 6만7천대에 불과했다. 91년 18만대, 93년 23만대, 94년 30만대 등으로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고 JCB의 지분도 전량인수했다. 또 94년과 95년에 연속으로 공장증설에 착수, 7년만에 초기생산규모의 22배나 되는 현재의 생산체제를 갖췄다. 모두 3천2백만달러를 투입한 대규모 작업이었다. 종업원도 초기 49명에서 3백50명(주재원 5명)으로 늘어났다. 대우는 최근 직원들에게 1년에 한달 월급분을 추가지급하는 보너스제도를 도입했다. 연봉제인 이 곳에는 보너스제도가 없지만 공장이 수익을 내고 있는데 따라 지급하는 말 그대로의 보너스다. 현지진출 외국투자기업 가운데 공장을 설립한 지 5년이 지나고 수익을 내기 시작한 일부 업체들이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고, 대우도 현채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이를 도입했다. 『전자레인지는 가격이 판매를 좌우하기 때문에 원가절감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값싼 부품을 조달하고 본사에서 만든 설계도도 현지실정에 맞게 고쳐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대표인 유재활 이사는 이같은 노력으로 공장가동 5년만인 93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매년 흑자규모가 늘어 지난해에는 1천3백여억원(1억6천만달러)의 매출에 20억원 가량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또 인센티브제(만근하면 포상금지급)와 작업환경개선 등 전사적인 생산성향상과 공장합리화운동도 전개했다. 이 덕분에 지난 92년 라인당 하루에 4백50대를 생산하던 생산량이 현재는 1천2백대로 2배가량 늘어나 본사 광주공장의 생산성을 웃돌게 됐다. 또 광주공장은 용접라인 한 곳에 14명이 근무하는데 반해 이 곳은 6명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자동화 체제를 갖췄다. 현재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대우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품이 절반씩이다. 이 가운데 대우브랜드는 「대우」와 「마이크로로직」이라는 서브브랜드로 판매된다. 이들 제품은 서유럽은 물론 폴란드·이스라엘까지 수출된다. 프랑스에서는 전량 자체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롱위 전자레인지공장은 「탱크주의」로 유럽전역을 요리하고 있는 세계화 성공현장의 산 증거로 보였다.<롱위=이용택> ◎인터뷰/유재활 롱위전자레인지 대표/“불을 서유럽진출의 기지로” 유재활 프랑스전자레인지공장 대표(이사)는 모든 의사결정을 현지 관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의를 통해서 한다. 부임 초기 한국주재원끼리 회의를 하다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는 현채인 관리자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관리직 대부분을 현지인으로 바꾸었다. 『직원들 사이에 일에 대한 보람과 대우에 근무하는 것에 긍지를 갖게 됐다』는게 유대표의 설명이다. ­공장운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결근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근수당지급·결근제재 강화 등의 수단을 동원했다. 10%가 넘던 결근율을 7∼8%로 줄였지만 일감이 밀려드는 상황이라 이것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도 우리공장은 나은 편이다. ­문화적 갈등에 따른 고충은 없는지. ▲지금은 직원들 대부분이 「탱크주의」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만 처음에 이를 표방했을 때 노조측에서 싸우려는 것으로 알고 크게 반발했다. 탱크라는 의미가 전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 듯하다. 그래서 탱크의 의미를 직원들에게 알리는 전체교육을 실시했고, 이제는 모두 이해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공장에서 지급하는 월급은 초임자의 경우 1백40만원 안팎으로 한국보다 다소 많지만 근로자들이 손에 쥐는 실수령액은 70만∼80만원 수준이다. 나머지는 사회보장세 등으로 프랑스 정부에서 가져간다. ­영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삼성·LG전자 등과 달리 프랑스에 진출한 이유는. ▲이곳은 유럽 전대륙으로 손쉽게 이동이 가능해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룩셈부르크·벨기에·독일과 아주 가까운데다 스위스·이탈리아 등에도 손쉽게 제품을 운반할 수 있다. 서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며, 그것은 우리공장의 성공적 확장이 잘 보여주고 있다.<이용택> ◎대우 로렌축구대회서 우승 ‘단합경영’ 「우체국 트로피가 다른데로 넘어갔다.」 지난 8월초 로렌지방신문인 「리퍼블릭 로렌」지에 실린 기사제목이다. 제목으로는 언뜻 이해가 안가는 이 기사는 로렌지역 우체국이 주최한 직장인축구대회에서 우승을 도맡아 하던 푸조자동차팀이 대우전자 롱위 전자레인지공장팀에 6대 2로 져 우승컵을 넘겼다는 것이다. 대우 롱위전자레인지공장은 대대적인 우승축하 파티를 가졌고 이 공장대표인 유재활이사는 파티지원금을 내놓았다. 또 푸조자동차공장에서 벌어진 결승전에는 주재원과 현지직원들을 대거 동원, 응원전을 벌였다. 유이사는 지난 4월 이 대회가 시작될 때 축구팀에 반드시 우승할 것을 주문했다. 현지공장들의 친선축구경기지만 로렌지방의 푸조는 대대적인 감원을 진행중인데 반해 대우는 공장을 늘리고 있는 만큼 사세를 고려할 때도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던 것. 현지채용인들이 주축을 이룬 대우전자레인지팀은 우승으로 화답했다. 이를 통해 이 공장은 로렌주민들에게 이 지역의 대표적인 해외기업으로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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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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