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시민운동 지원기금

安炳璨(경원대 교수)지난 월요일 조선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 뜻있는 행사가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운동 관계자들 200여명이 참석하여 사단법인「시민운동 지원기금」창립 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99년「한국시민 운동상」은 「동강 살리기 운동」을 주도한 환경운동연합과「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을 편 녹색연합이 공동수상 했다. 두 단체는 환경 파괴를 가져오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사전에 저지하는 데 헌신한 환경운동의 양대산맥이다. 『동강을 보니 강이 어떻게 이렇게 기묘하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정말 신기하고 신비롭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한 논설위원은 썼다. 이런 동강을 지키기 위해 33일간 긴 농성을 하는 등 필사적으로 운동을 주도하는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은「시민운동 지원기금」의 「한국시민운동상」을 받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갯벌을 지키기 위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녹색연합 장원 사무총장의 감격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상금이 1억원은 돼야 행세를 한다고들 한다. 상금 5백만원의「시민운동 지원기금」이 주는 상을 환경운동 양대산맥 사무총장이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시민운동 지원기금」이 갖는 진심과 성심 때문이다. 이 기금이 주는 상과 지원금에는 거품이 없다. 이 기금을 지탱하는 후원자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인들이다. 주식회사 부영의 이중근 회장(초대위원장은 신호그룹 이순국 회장)을 중심으로 17명의 중소기업인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후원금을 내는 것이 이 기금의 힘이 되고 있다. 이 중소기업가들의 숨은 노력으로「시민운동 지원기금」은 95년 하반기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4년 동안 모두 138개 시민사회단체에 평균 500만원씩의 운동지원금을 주었다. 1996년 3월에는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에 1억원의 지원금을 내서 공명선거 감시운동에 대비토록 했다.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은 너무나 힘들다. 활동가들은 3년만에 지쳐버리고, 5년이면 머리가 텅비고, 7년이면 가슴이 뻥 뚫린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지원이 없으면 쓰러진다.(최열 사무총장의 말) 민주사회를 가꿔 나가고 환경을 지켜내는「벤처 시민·사회 운동가」들을 말없이 지원하는 것이 아시아에서는 유일한「시민운동 지원기금」이다. 그런 지원기금을 숨어서 지탱하는 후원자는 열 손가락이 좀 넘는 중소기업인들이다. 이날 한 운영위원(중소기업인)은『시민운동에 점점 감동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시민운동가들에게 감동을 주고 자기들도 감동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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