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6월 12일] '이-강 라인'에 거는 기대
경제부 홍준석차장
요즘 들어 부쩍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얼굴에 그늘이 짙다. 어두운 한국 경제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탈출구가 막힌 듯한 작금의 상황을 두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답답해 하면서 '왜 그때 조금 더 잘하지 못 했을까'라며 자신을 책망할지도 모르겠다.
시곗바늘을 되돌려보면 '이 길이 아니라 저 길을 택했더라면…' 하는 순간이 몇 차례 스친다. 지난해 초가 그렇다. 미국 모기지 업체들이 줄도산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가늠해볼 수 있었던 시기다. 당시 글로벌 신용경색 소문이 돌면서 미국의 금리인하가 점쳐졌다.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그려볼 만했다. 지금 정도는 아니지만 국제유가도 상승세였다. 하지만 한은의 레이더는 징후 포착에 실패했다. 당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뒤 '물가불안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총재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지금처럼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는 힘들었겠지만 한은이 국내 최고의 경제 예측 능력을 갖춘 점을 감안하면 미흡한 초동 대처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도 곱씹게 된다. 참여정부처럼 '7% 성장은 어렵다'고 시인하고 경제안정에 목표를 두고 초석부터 다졌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물가폭등 등 큰 부작용을 불러오는 '성장 올인'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 것이다. 집권 초기부터 고도성장에 집착하면서 금리, 추경예산, 대운하 논란 등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힘과 시간을 낭비했던 게 속이 쓰리다.
환율이 급등한 최근 상황은 더욱 안타깝다. 고유가와 경상수지 적자로 환율이 상승할 게 뻔한데 강 장관이 연일 구두 개입으로 단기간에 환율을 끌어올리고 물가불안을 부채질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경상수지와 외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고유가 상황에서 서민의 물가고통을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매주 이 총재와 회동하는 자리에서 환율정책 논의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강 장관 역시 소신보다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고환율 정책에서 후퇴하는 모습이지만 수업료가 비쌌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복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짐은 무겁지만 한국 경제의 두 바퀴는 굴러가야 한다. 이 총재와 강 장관이 머리를 맞대 최적의 조합을 도출해낸다면 분명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강 라인'이 한국 경제의 탈출구를 열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