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인 양성 교육체제가 서서히 전문대학원체제로 바뀌어가고 있다. 지난 2002년 의ㆍ치의학전문대학원 도입 계획이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17개, 전국 11개 치과대학 중 7개교가 대학원 전환을 결정했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도 최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오는 2008년 3월부터 첫 신입생을 뽑기로 하고 9월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예정이어서 가닥을 잡고 있다. 학부과정 없이 금융ㆍ물류ㆍ국제통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단설 전문대학원 설립도 검토되고 있다.
전문대학원 전환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당국이나 대학들 모두 사안에 따라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대는 치과대학원 전환에 동의해놓고도 의학대학원 도입에는 ‘수업연한이 길어지고 돈만 더 든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법학대학원 설치는 법령으로 강제하면서도 의ㆍ치의학대학원 전환은 각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학 및 대학원 학제가 점차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 교육부는 6월22일 서울대 등 대학측의 반대가 심해지자 급기야 의학대학원 진학을 전제로 의과 이외의 단과대에서 2년의 학부과정을 마치고 대학원 졸업시 학ㆍ석사 공동학위(BSMD)를 받는 ‘입도선매형’ 의대생 선발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의예과와 학부 소속만 다를 뿐 차이가 없을 뿐더러 ‘학부에서 여러 분야를 두루 공부해 충분히 소양을 갖춘’ 대학원생을 뽑는다’는 당초 교육부 방침과도 상반돼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 학부 2년 수료생에게 학사학위를 주는 것도 법적 근거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최근의 약학대학 학제연장(4→2+4)은 폐지되고 있는 기존의 의예과 모델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쪽에서는 없애고 있는 학제가 다른 쪽에서는 학제연장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법학대학원도 정원을 1,000명선으로 할지, 2,000~3,000명선으로 할지 법조계와 교육계간의 의견차이로 제대로 진행 수 있을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1년생 수험생을 두고 있는 한 학부모는 “학제개편에 대한 교육부의 원칙 없는 누더기 땜질 처방에 머리가 돌 지경”이라며 “8월 말 발표 예정인 입도선매 의대생 선발방안이 철회되면 또 어떤 처방이 나올지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