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월11일 뉴욕에 테러가 발생, 미국 금융회사 본사가 밀집한 월드트레이더센터가 무너졌지만 미국인들의 자산은 고스란히 남았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데이터를 복수로 저장, 고객이 맡겨놓은 고액의 유가증권이 다른 곳에 저장된 데이터에 의해 보장됐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금융감독당국은 국내 금융기관들도 잇달아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그 첫 단계로 국제정세와 금융시장의 정보를 수집하는 모니터링 단계를 거쳐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신속하게 자금을 푼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고객 자산을 보호하는 대책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따른 금융기관 비상대책의 첫 단계는 상황의 정확한 인식. 금융감독당국은 북한 핵실험 소식을 접한 9일 비상대책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비상근무체제를 가동,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모니터링에 나섰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합동대책반을 편성, 금융ㆍ자금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금융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일일 체크에 나섰다. 감독당국은 이를 토대로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수립하고 기업 및 금융회사들의 애로사항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 둘째 단계는 유동성 함정이 발생하는 곳에 즉각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부 자금경색에 빠질 경우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산은은 대우증권ㆍ산은자산운용 등 자회사의 상품 리스크 관리도 철저히 할 방침이며 기업은행은 각종 예상 시나리오에 따라 필요시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세번째 단계는 고객 보호.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각 금융기관들이 전쟁 등 위기상황에 대비해 세워둔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처계획)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백업(보관)센터를 복수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 금융기관들은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ㆍ천재지변 등에 대한 대처요령을 담은 ‘안전지출 및 파기계획’ 등을 자체적으로 세워두고 매년 점검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안전지출 및 파기계획’에는 전쟁 또는 천재지변ㆍ폭동ㆍ대화재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은행에서 보관 중인 비밀문서ㆍ화폐ㆍ증권ㆍ주식 및 기타 중요서류를 계속 보호하기 힘들 경우 비상 지출 또는 파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외환은행도 전시와 재난상황에 대비한 현금ㆍ유가증권ㆍ귀금속 등 중요물건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지침을 세워두고 대외비로 보관 중이다. 정부는 대전과 부산에 데이터 백업센터를 두고 있고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은 수도권 인근지역 2~3곳에 백업센터를 두고 데이터를 분산 관리하고 있다. 김용원 국민은행 IT기획부장은 “해외 백업을 검토했지만 국내와 똑같은 시스템을 해외에 두고 관리하는데 비용부담이 커서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전쟁 같은 상황에서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쟁 발발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국내 은행은 충무계획과 한국은행ㆍ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충무계획3’(데프콘3에 준함) 상황이 전개되면 사용 가능한 금액 내에서 고객에게 예금지급, 전시물자 지원 등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