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부티탄 흐엉(39)씨는 한국어의 미묘한 어감 차이까지도 정확하게 짚어내며 말을 이어갔다.
흐엉씨는 한국에 오기 전 베트남 국영방송에서 2004년부터 한국 요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유명세를 탔던 방송인 출신 유학생이다. 2008년 한국에 온 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한 지상파 방송의 라디오에도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등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흐엉씨가 처음부터 한국에 관심을 뒀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어를 전공했다. 졸업을 위해 실무경력을 쌓고자 잠시 인턴으로 근무한 하노이의 한 국제무역회사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남편과는 중국어로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었지만 1997년 시부모를 뵈러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시어머니의 권유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흐엉씨는 "외국어를 전공해서인지 한국어도 비교적 빠르게 익혔다"며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통번역 업무를 맡아 일하면서 한국과의 접촉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흐엉씨는 박사 학위를 받고 베트남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다. 그는 "한국은 제 또 다른 고향"이라며 "한국인과 결혼한 만큼 한국인에게는 베트남 문화를, 베트남인에게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