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로스쿨 재선정보다 추후 보완이 바람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잠정안이 발표되면서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탈락한 대학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선정된 대학들도 배정인원이 너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다 청와대가 ‘1개 광역단체당 1개 로스쿨 배정’이라는 당초 원칙과 다르다면서 교육인적자원부에 재검토를 지시하자 교육부가 인가점수 공개까지 검토하면서 사실상 항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법률 서비스 선진화를 목표로 시작된 로스쿨이 부수적인 원칙에 따라 흔들린데다 수요보다 총정원이 적어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로스쿨 파동은 애초에 총정원을 2,000명으로 너무 적게 잡은 데서 시작됐다. 소송시장이 연평균 13% 이상 증가하므로 보수적으로 잡아도 4,000명은 돼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법조계를 의식해 총정원을 낮춰 잡은 게 화근이었다. 법무사 등 유사 법조인력이 다른 나라보다 많고 현재 소송사건의 86%가 변호사 없이 이루어지는 소액심판이라는 법조계의 반대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4년만 지나면 개방되는 법률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설립은 쉽게, 생존은 어렵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 또한 당초 예정된 오는 3월 발표를 앞당겨 지역균형 차원의 배정을 시도한 현 정부의 태도도 적절하지 않다. 법학교육위원회는 지역안배 원칙이 이미 지난해 10월 초 폐기됐다며 청와대를 반박하고 있다. 애초에 적게 잡은 정원을 권역별로 나누다 보니 정원이 40~60명밖에 안 되는 대학이 11개나 나왔고 100명 이상 배정된 대학조차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우선 청와대가 4월 총선을 의식한 재검토 지시를 철회하고 법학교육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뒤늦게 재선정에 나서는 것은 혼란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대신 선정된 로스쿨에 대한 사후평가를 더욱 엄격하게 실시해 앞으로 총정원과 배정기준 등을 재조정함으로써 본래 취지인 전문화 및 특성화를 도모하면 된다. 혹 증원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를 우려하지만 이는 경쟁과 퇴출의 시장원리에 맡기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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