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학범 경덕전자사장(월요초대석)

◎“벤처창업 앞서 경험부터 쌓으라”/뜻만으론 성공어려워… 초기투자 만만찮아/「특별법」 투자자 보호에 치우쳐 업계선 불만/코스닥등록요건 대폭 완화해야/벤처캐피털리스트 육성도 시급윤학범 경덕전자 사장(48)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이다. 그는 지난 87년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와 경덕전자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0년. 경덕전자는 정부가 벤처기업육성을 위해 새로 제정한 제1회 벤처기업대상 최고의 영예인 동탑산업훈장 수장자로 결정되었다. 경덕전자는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했다. 설립 첫해에는 매출이 없었다. 올해 경덕전자는 자본금이 67억원, 매출액(추정)이 3백80억원이다. 10년전 국내 자동인식기기시장은 대부분 미국과 일본의 차지였다. 현재 국내시장의 74%는 경덕전자가 움켜쥐고 있다. 윤사장을 만나봤다. ­우선 벤처기업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주시죠. ▲우리보다 뛰어난 벤처기업이 많이 있는데 상을 받게 됐습니다. 솔직히 분에 넘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믿고 따라준 임직원 여러분과 고객, 투자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경덕전자는 어떤 회사인가요. ▲설립 이후 지금껏 자동인식기기 관련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자동인식기기는 각종 정보가 들어있는 카드류를 읽어 인식하는 기계로 지하철표발매기, 신용카드리더기, 바코드, 전자주민등록증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설립 당시만 해도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 썼지만 이제는 우리 회사가 모두 만들어냅니다. 여러가지 자동인식기기들을 한데 묶은 시스템사업도 하고 있는데 지난해 수주한 부산하나로카드제가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카드 하나로 버스, 지하철, 주차, 고속도로톨게이트의 요금을 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내년에는 새로 전자주민카드사업에 참가할 계획이며 은행카드와 교통카드를 하나로 묶는 연구도 진행중입니다. ­어떤 동기로 창업을 하셨는지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자동인식기기분야는 불모지였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기술이 낙후돼있어 대부분의 장비를 수입해 썼죠. 우리나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았고 해당 분야의 기술도 있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창업 전에 회사 세곳을 다녔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한미합작회사를 다니면서 좀더 좋은 조직, 멋있는 조직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벤처기업을 설립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과 자본입니다. 어떻게 마련하셨는지요. ▲창업전에 다니던 회사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기술과 제조분야를 담당해 자동인식기기의 핵심인 마그네틱 관련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죠. 다른 3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창업멤버를 구성하고 기술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창업자본금은 1억원이었습니다. 주식투자로 번 돈과 퇴직금을 합하니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3천만원만 출자하고 나머지는 친구와 친척들이 조금씩 투자했어요. 나중을 대비해 어느 정도는 여유자금으로 남겨 놓은거죠. ­창업할 때 어려운 점이 많으셨을 텐데요. ▲지금은 벤처캐피털이니 에인절이니 하는 말도 있듯이 창업환경이 무척 좋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법이나 제도 등 여러가지가 미비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경덕이라는 이름을 남들에게 인식시키는 일이었습니다.요즘엔 인터텟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쉽게 고객에 접근할 수 있지만 당시는 어려웠습니다. 힘들게 물건을 만들어 갖고 가도 상대방이 의심을 하고 선뜻 사려고 하질 않았어요.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거죠. 특히 초기에는 완제품보다는 부품위주로 사업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고객의 신뢰를 얻기가 힘들었습니다. ­최근 벤처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국내 벤처산업환경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혹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지요. ▲투자자 보호에만 너무 치중한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를 보호하면 상대적으로 사업자환경은 나빠집니다. 투자하는 데는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더욱이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모험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다 투자를 할 때 리스크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죠. 이런 점에서 될 수 있으면 까다롭게 만들어놓은 코스닥시장의 등록요건은 대폭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금지원 등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할 것은 없습니까. ▲벤처기업은 주로 설립초기에 돈이 많이 듭니다. 기술개발 등에 투자를 해야 되기 때문이죠. 저같은 경우도 설립 1년 동안은 개발만 했어요. 그런데 금융기관에서는 서류만 보고 자본잠식상태가 아니냐며 의심합니다. 벤처기업을 잘 모르니까 이런 일이 생깁니다. 시급한 일은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이 벤처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일입니다. 노동집약산업에서 갈수록 지식산업쪽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사업을 평가하고 그 사업의 장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전문가를 빨리 키워야 합니다. 벤처기업이 제 아무리 좋은 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세우며 투자하라고 외쳐도 돈있는 사람이 그 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시죠. ▲창업을 하기 전에 나름의 경험을 쌓았으면 합니다. 물론 컴퓨터소프트웨어사업쪽은 조금 다르기도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사업은 어차피 커지게 마련이고 또 커져야 합니다. 월 몇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수준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인사, 재무, 영업, 재고관리, 고객관리 등 기업 전반의 업무도 알아야 합니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죠. 따라서 창업을 생각한다면 우선 관련 회사에 들어가 얼마간의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대학생창업붐과 이들에 대한 지원제도 도입 등은 조금 과열된 것 같습니다. ­경영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요즘은 세상이 다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경영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조류, 표준, 경쟁자 등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한기석 기자> □약력 ▲서울대전자공학과 ▲삼성반도체 입사 ▲한독컴퓨터 이사 ▲(주)피티아이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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