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 손엔 명품 가방 들고, 다른 손으로 불우이웃 돕기?

작가 백영옥 '스타일'서 30대 도시여성 삶·갈등 다뤄


패션과 유행에 민감한 30대 전문직 미혼 여성을 담은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처럼 젊은 여성의 일상을 흥미 위주로 가볍게 다룬 이른바 ‘칙릿(Chic-lit)’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 백영옥(34)씨 역시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문학이 30대 도시 여성의 감수성과 직업세계를 치열하게 다룬 적이 있냐고 되묻는다.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만 슬픔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호텔 스위트룸에 살아도 고독과 비애는 있어요.” 작가는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 역시 욕망의 충돌로 괴로워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명품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사회에 베풀어야 한다는 고민도 있거든요. 예쁜 것을 소유하고 싶은 한편 소외 계층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갈등이 생기는 거죠.” 작가는 명품 소비와 불우이웃돕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도시 여성의 일상을 소설에 담아냈다. 책의 주인공은 패션잡지 기자인 이서정이다. 그는 키 166cm, 몸무게 56kg의 날씬하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몸매의 소유자다. 편집장으로부터 떨어진 두 가지 특명. 다이어트를 해서 빼빼 마른 마네킹족이나 입을 수 있는 스키니 진을 소화하는 체험기를 쓰고, 이메일 주소 외에는 신원을 전혀 알 수 없는 의문의 음식 칼럼니스트를 찾아 인터뷰하라는 것. 카페인 없는 커피로 끼니를 대신하고, 방귀에 기름이 섞여 나오는 부작용을 참으면서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모습은 도시 여성들의 비애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기부금 때문에 엄마에게 돈을 빌리기까지 한다. 쓴 웃음이 나오지만 작가의 말을 되새길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는 책을 화해에 관한 성장 소설이라고 스스로 규정한다. “과거와의 화해,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화해…” 분명한 건 젊은 여성들의 치열한 삶과 고민을 외부로 표출하며 사회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은 1억 원 고료의 세계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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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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