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눈이 불편한 유모(28)씨는 지난 6월까지 1년간 전화로 휴대폰을 파는 일을 했다. 차가운 거절을 받아가며 휴대폰을 팔았지만 한 달 봉급은 120만~130만원 수준.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번듯한 일자리를 찾고자 장애인 직업훈련센터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도 쉽지 않았다.
7월 중순 서울 집에서 제일 가까운 일산 능력개발원에 지원했으나 정원이 찼다며 입소가 보류된 것. 두 달이 지나도록 자리가 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대전 직업훈련센터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대전 센터에는 최종 합격해 이번 주 월요일부터 그 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속기사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유씨는 "일산이면 잘하면 통학도 가능할 텐데 대전에 가면 몇 개월 동안 집에 못 들어갈 것 같다"며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신체적인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직업훈련이 더욱 절실한데 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센터가 너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내년이면 유씨와 같은 장애인들의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에 장애인 전용 직업훈련센터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서울에 처음으로 장애인 직업훈련센터가 생겨 내년 상반기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이 사업에 예산 62억원을 투자하는 데 합의를 이룬 상태이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구체적인 장소와 사업 규모를 최종 확정한다.
공단 관계자는"서울 직업훈련센터의 수용가능 인원은 100명 정도이며 기존의 기숙사형이 아닌 출퇴근형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업훈련시설 확대는 장애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직업훈련을 받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은 많은데 시설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인고용공단이 운영하는 직업훈련센터는 일산과 부산, 대전, 전남, 대구의 다섯 곳이 전부. 이들 센터가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660명에 불과하다. 2011년 공단이 조사한 장애인 훈련희망인원 8,244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폴리텍대학교과 기타 민간훈련기관에서 훈련을 받는 830명을 합쳐도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이 같은 공급 부족은 사실 예견된 사태였다. 장애인 숫자는 느는데 정부가 이들을 위한 투자에는 손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장애인 수는 145만4,000명에서 251만1,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직업훈련센터는 한 곳도 늘지 않았다. 그나마도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는 훈련센터가 아예 없었다.
공단 관계자는"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에 의무적으로 고용을 강요하기 이전에 장애인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직업훈련 인프라가 절실하다"며 "이번 서울 센터 설립을 계기로 교육시설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