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맞물려 정치투쟁 비화 차단 겨냥
[金노동, 노동계 불법파업 엄중 경고]민노총 파병철회 집중투쟁에 "명백한 불법행위"정부 노동정책, 대화서 물리력 행사 선회 가능성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이 28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파업집회에서 깃발을 들고 집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울산=연합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노동계의 불법파업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나선 것은 노동계의 하투가 통제수준을 벗어나 위법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라크 파병반대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임단협 수준에서 벗어나 정치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는 이라크 파병철회가 노동운동의 새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참여정부의 정국운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께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전제로 그간 노사정 6인 지도자회의를 운영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왔던 정부의 노동정책도 강경한 물리력 행사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동현장에 공권력 투입 가능성=정부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노동운동 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사실 노동현장의 운동강도는 이미 노동운동 지도부의 통제력을 벗어난 '위계질서 문란'으로 비쳐질 정도로 커지고 있다.
산업별 노조인 보건의료 노조가 13일간의 파업 끝에 어렵게 산별교섭을 타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산하지부인 서울대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는 요구사항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로비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또 한미은행 노조의 경우도 쟁의조정 절차가 끝나자마자 냉각기간을 통한 회사측의 판단시간도 주지 않고 로비 농성에 들어가 영업차질은 물론 고객불편까지 초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은행 노조의 파업을 민주노총에 밀리고 있는 한국노총이 핵심지부인 금융노련을 이용해 세를 불리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공권력 투입 여부는 노동부 소관이 아니다"며 일단 공권력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피해갔지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관계부처가 불법 여부를 최종 판단해 의법조치하겠다"고 밝혀 공권력 투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특히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대화'를 강조해온 노동계 지도부의 생각과 판단이 현장까지 제대로 먹혀 들고 있지 않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노동계 지도자들의 '대화' 주장과 '현장투쟁'이 괴리가 있는 것과 관련, "노동계에도 리더십이 확립돼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충분치 못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노동운동 지도부의 '생각'과 하위조직의 '행동'이 따로 노는 현실과 정부의 위기감이 심화돼 맞물릴 경우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노동계, 이라크 파병문제 연계=이라크 파병과 연계한 노동계의 움직임은 당초 예상보다 파상적이다.
노조원 10만여명을 앞세워 29일 2차 시기집중투쟁을 벌이는 민주노총은 이날 투쟁의 1차 목적가 '이라크 파병반대'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노동계는 이라크 파병반대를 1차적 목표로 삼고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이라크 파병 전면 재검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산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미 행동에 들어간 노동조직도 출현했다. 항공연대가 파병부대 소송을 거부한 데 이어 운송하역 노조는 군사물자수송 전면거부를 특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29일 파업투쟁으로도 철회되지 않는다면 30일, 7월1일 전국적인 투쟁과 7월7일 전국민적 투쟁으로 (이라크 파병반대운동을)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노동계가 이라크 파병문제를 사회문제로 비화시킬 경우 우리 사회는 '파병정국'으로 휩쓸려 들어갈 수 있고 이는 곧 정권의 생명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간파한 참여정부가 결국 이날 김 장관의 입을 통해 이를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노민기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은 "단체협상의 의무적 혹은 임의적 대상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에 따라 노동운동 행위의 위법성이 판단된다"며 "정부 정책판단 사항인 파병문제를 단체협상의 최우선 순위로 올리는 것은 명확한 불법행위"라고 해석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6-28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