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길


갑오년(甲午年)이라 그런지 새해 들어 주변국의 변화 기운이 왕성하다. 120년전 1894년 청일전쟁으로 치욕을 겪었던 중국은 대외정책 방향을 도광양회(韜光養晦·칼날을 숨기고 기회를 엿보다)에서 주동작위(主動作爲·실력을 주동적으로 행사)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고 일본은 침략의 본성을 드러내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해엔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저성장의 함정에 빠진 우리 경제는 신성장동력 확보, 규제개혁, 내수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과제가 많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제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 기업이 강해지고 오래 살 수 있어야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경제 활력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건희 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대에 가서도 더 발전하고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을 정의선 부회장이 이어받아도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살아남을 수 있어야 우리 경제가 굳건할 수 있다.

투자·일자리 창출 상속법에 발목


많은 사람들이 삼성과 현대차 오너3세에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갖는 것도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새해 초 이재용·정의선 부회장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글로벌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과 능력을 확인시켜줄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이 부회장은 해마다 찾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고 정 부회장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그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정 부회장의 은인자중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 이면에서 삼성과 현대차의 3세 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더욱이 그렇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넘겨받고 삼성SDS가 삼성SNS를 합병한데 이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보유지분을 높이고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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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도 지난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주력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한 데 이어 16일엔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을 발표하는 등 3세 승계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물밑작업도 상속법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법상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50%나 돼서 모아놓은 재산의 절반을 국가에 내야 해서 삼성이나 현대차나 3세 승계 과정에서 그만큼 기업의 투자여력과 일자리 창출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걱정은 차츰 확산되는 분위기다. 얼마 전 필자가 만난 한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대기업 오너 3세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해법을 꼭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정기간 고용유지 약속을 이행할 경우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가진 강한 것을 더 강하게 만들어 그 과실을 사회공동체가 공유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삼성과 현대차는 대한민국 공동체 소중한 자산이며 이 관점에서 3세 승계라는 난제에 대한 해법을 함께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지금 우리가 가진 것 중 강한 것을 꼽으라면 삼성과 현대차 같은 기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2012년 국내 전체법인이 거둔 매출(4,212조원) 중 11.3%(476조8,000억원)를 삼성과 현대그룹이 차지했고 전체법인의 영업이익에서 두 그룹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22.4%나 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회적 논의로 해법 모색 시도를

물론 이를 두고 경제력 편중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고 대기업의 활동을 규제해 경제를 민주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강한 것을 끌어내려 공동체의 선을 이룰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차의 몰락은 곧바로 중국과 일본기업에 다시 없는 기회가 된다. 이는 소니의 몰락과 도요타의 퇴보를 보면서 우리 모두가 확인했던 점이다.

더욱이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무역 1위 대국으로 올라서는 등 파죽지세로 앞서가고 있고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와 국수주의라는 쌍칼을 휘두르며 타도 한국기업을 외치고 있다. 다시 갑오년을 맞아 더 강해지려 몸부림치는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 놓인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강자의 폭력 앞에서 속절없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1894년 갑오년 선조에 비해 우리는 강해질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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