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나흘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700선을 놓고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물`이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30일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709.16포인트까지 상승하는등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오전중 두자리수 상승을 보이다가 오후장 들어 상승폭이 줄며 결국 1.46포인트(0.21%) 오른 697.52포인트로 마감한 것도 프로그램 매물이 줄기차게 쏟아져 내린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기술적인 반등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증시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외국인이 다시 2,500억원이 넘는 대량 순매수를 보임에 따라 반등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3분기 어닝시즌이 다음주부터 본격화돼 지수 상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던 국내 내수 경기가 U자형 회복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점도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부담도 크게 줄어 외국인의 영향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반등 기대감을 부풀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 고객예탁금이 지속적인 감소를 보이는데다 최근 매수세를 보인 개인투자가 역시 미수금에 의존한 `가수요`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당분간 지수 1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680선을 지지선으로 730선까지의 박스권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00선 놓고 `외국인`과 `프로그램` 힘겨루기=종합주가지수 700선을 놓고 반등여부를 판가름하는 국면에서 수급상으로는 외국인과 프로그램의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날 외국인은 2,577억원 어치를 사들여 반등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물은 외국인 개입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도 2,860억원 어치가 나온 것을 비롯해 지난 25일 이후 프로그램 매물이 모두 6,000억원이 넘게 쏟아져 지수반등을 가로막았다.
전문가들은 백워데이션(선물저평가)가 심화되지 않는다면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6,000억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매물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8,000억원선이 바닥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국면에서 프로그램 매물부담은 마무리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반등 가능성을 높이는 한ㆍ미 경제동향=여기에 한ㆍ미증시를 둘러싼 경제여건이 다소나마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향후 반등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먼저 다음주 미국증시 어닝시즌 진입이 국내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일 발표된 S&P500 종목의 실적 예상치가 전주보다 개선된 점이 실적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낳게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 3분기 S&P500 실적 전망치는 전주 대비 0.8%포인트 증가한 15.7%를 기록, 실적 개선 기대감이 확산된 상황이다. 특히 IT업종의 경우 전주 대비 1.0%포인트 늘어난 81.0%에 달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일 미국 증시는 3분기 어닝시즌 개막을 앞둔 가운데 기술주 위주의 오름세를 기록했다”며 “현재까지 나온 전망은 지난 해보다 기업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미국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국내 내수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분석된 점도 긍정적이다. UBS증권은 이날 `U자형 회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내수소비가 자유낙하(free fall)는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던칸 울브리지 UBS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 소비경기 급감 현상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일 소비경기가 현재 회복 국면에 진입한 상황이 아니라면 조만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합주가지수 680~730선 박스권 흐름 지속=종합주가지수는 당분간 680선을 바닥으로 730선까지 오가는 박스권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개선된 환경으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수급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 고객예탁금은 지속적으로 증시를 이탈하고 있지만 최근 반등장세에 가담한 개인투자자들의 미수금이 크게 늘고 있어 수급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실질 고객예탁금은 이번 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8,320억원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최근 투신권의 주식형 수익잔고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는 점은 수급상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상승추세의 전환보다는 기술적인 반등국면을 거치면서 수급구조가 개선될 때까지는 박스권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