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워크아웃1년] 채권단.기업 의식개혁에 '성공열쇠'

「하드웨어는 A, 소프트웨어는 D학점」. 시중은행의 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팀장이 내린 「워크아웃 1년」에 대한 평가다. 워크아웃 제도는 분명 국내 기업회생 작업중 그나마 성공한 작품이다. 신용경색의 위기속에서 대량부도사태를 막아주었고, 「미래형 기업회생작업」으로 미약하나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기관과 기업간 자율협약에 의한 기업회생의 틀(하드웨어)을 구축했다는 것은 워크아웃에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그러나 정작 워크아웃을 꾸려나가야할 채권단과 기업의 의식(소프트웨어)은 여전히 걸음마단계다. 회생작업의 당사자인 이들은 아직도 「자기보신주의」에 휩싸여 기업회생이라는 대명제보다는 스스로의 이익보전에 급급한 실정이다. 워크아웃의 미래는 바로 소프트웨어의 혁신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 ◇「1라운드」, 절반의 성공= 워크아웃 협약이 발동한 것은 지난해 6월25일. 본격적인 가동은 7월1일부터 시작됐다. 현재까지 워크아웃 신청기업은 총 90개사. 6~64대는 17개 계열에 43개사. 이중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된 곳은 총 77개사. 6개사는 중도탈락했다. 총 34조2,000억원에 이르는 금융권별 채권규모는 은행이 21조2,000억원으로 64%, 비은행권이 13조원으로 36%를 차지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워크아웃 시스템은 외형적 측면에서는 90%에 가까운 「공적률」을 이룩한 상황이다. 워크아웃 대상기업이 신청후 밟아나갈 절차들은 정립된 상태라는 것.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설명대로, 워크아웃은 「제도」가 아닌, 「관행」이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상생(相生)의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워크아웃의 시스템이 갖추어야할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걸음마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오너는 자신의 기득권을 움켜쥐고 싶은 고래(古來)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기업을 동반자적 입장에서 회생시키고자 하는 전향적 자세 대신, 기업을 「이익의 원천」으로 삼고자 하는 보신주의에 휩싸여 있다. 대상기업을 「제3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정확한 회생계획을 수립해주어야할 실사기관들도 기업의 회생을 위한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장미빛 전망」만을 제시했다. 대상기업중 3분의2가 1차 채무조정 실패로 「2차 채무조정」의 과정을 밟아야할 운명에 빠진 것도 이 때문. ◇「2라운드」는 사후관리와 문제기업에 대한 채무재조정이 핵심= 워크아웃의 「1라운드」가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책이었다면 「2라운드」는 본격적인 회생을 위한 사후대책이 중심이 된다. 워크아웃 시스템의 사후관리 부분. 구조조정위원회가 시스템구축의 핵심으로 삼고있는 것중 하나가 채권은행과 대상기업간 올바른 관계설정. 그중에서도 「사외이사제」는 알맹이중 알맹이. 위원회는 이를위해 이르면 이달말 사외이사제와 주식매입선택권 기준도 내달께 수립해 무분별한 임금책정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두가지가 사후관리의 단기적 시스템 구축이라면 「채무재조정 작업」은 현재 진행중인 대상기업들의 「계속가치」를 지탱하기 위한 작업이 된다. 위원회는 현재 채무재조정 대상이 되는 「문제기업」에 들어갈 자금을 약 5조원 규모로 잡고 있다. 목표는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200%로 맞추는 것. 이성규(李星圭)기업구조조정위 사무국장은 『연말까지 약 20개 기업, 내년에 30개 기업 가량이 채무재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원회는 사실 이부분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다수 기업이 채무재조정 대상이 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워크아웃 실패」라고 단정짓고 있기 때문. 그러나 위원회가 판단하는 시각은 다르다. 1차 채무재조정 수립 당시에 대상기업의 정확한 재무상황을 파악하지 못한채 「안일한 기준」으로 계획을 수립했던 것에 대해서는 문제성를 인정한다. 그러나 기업을 살리는게 죽이는것보다 낫다고 판단되면, 채권단의 「미래 가치보전」차원에서라도 규모에 상관없이 채무구조를 변화시켜주는 작업이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채무재조정 작업도 「1라운드」에서 진행된 것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워크아웃 제도의 채무조정은 금리를 우대금리이상으로 유지하고 이자는 일정기간 유예해 이를 원금에 가산(이자원가 방식)하며 일정 대출금을 전환사채(CB) 등 출자로 전환하는 등의 방식을 택해왔다. 2차 채무조정 방식은 무담보채권은 우대금리 이하로 현실화하는 대신 이자를 제때 내도록 하며 출자전환의 폭을 늘려 기업의 자본을 충실화하는데 촛점이 맞춰진다. 李국장은 『워크아웃의 진정한 제도정착을 위해서는 『워크아웃이 법정관리와 차별화된 「기업갱생제도」로 자리를 지켜야 하며, 무엇보다 채권단과 기업 스스로 공생(共生)의 원칙아래 자율성을 회복하는게 대명제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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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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