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擧直錯諸枉 則民服

거직착제왕 칙민복

노나라 군주 애공은 오랜 망명 길에서 돌아온 공자를 불러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나를 따르게 할 수 있겠는가?” 이에 공자는 “정직하고 올바른 인물을 등용하고 못된 자들을 멀리 제쳐놓는다면 백성은 자연히 따르게 될 것이지만(擧直錯諸枉 則民服ㆍ거직착제왕 칙민복) 반대로 못된 자들을 등용하고 올바른 사람을 버린다면 백성은 절대로 따르지 않을 것(擧枉錯諸直 則民不服ㆍ거왕착제직 칙민불복)”이라고 답했다. 아마 애공의 신하들 가운데는 못된 자들이 많았고 애공도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던 모양이다. 공자는 신하들 가운데 못된 자들을 정리하고 멀리하는 것이 백성으로 하여금 군주를 따르게 하는 첩경이라고 지적했다. 예나 지금이나 못된 신하와 무능하고 부정부패한 공무원은 임금의 얼굴과 국가의 경쟁력을 갉아먹게 마련이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작된 무능공무원 퇴출 바람이 중앙정부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중앙정부는 아예 한걸음 더 나아가 객관적인 퇴출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제도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동안 무능하고 무사안일한, 비위공무원을 솎아내기 위한 노력과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아니 그 이전 유신시대 때도 부정부패 척결의지는 드높았고 무사안일한 공무원에 대한 개혁작업은 이뤄졌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부정부패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또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흔히 공무원을 일컬어 철밥통이라고 부른다. 일반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과 달리 정년 때까지 잘릴 걱정 없이 안정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이 철밥통도 최근 무능공무원 퇴출 바람이 거세지면서 이제는 진짜로 깨야 할 때가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공무원이 해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정되게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지 않고 정권과 함께 그 진퇴를 같이하라고 한다면 아마 퇴직 후를 염두에 두고 재임 중에 최대한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나라 살림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신분을 법적으로 이처럼 보장해준 것인데 오히려 이게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 잘릴 이유가 없다 보니 자기계발은커녕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에 빠져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사안일과 무능한 공무원에 대한 퇴출작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를 일이지만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된다. 신분보장이라는 우산 속에서 안주해온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공복이 아니라 국민들의 상전으로 군림하려는 공무원들은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매달 꼬박꼬박 갖다 바치는 세금이 아깝지 않다. 맹자가 이르길 신하의 종류에는 네가지 부류가 있다고 했다. 공무원 여러분들은 다음 중 과연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진지하게 뒤돌아보고 어떤 자세로 자리를 지켜야 할지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첫째는 그가 섬기는 것은 오로지 임금으로 그 임금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힘써 하는 자, 두번째는 국가를 안정시키는 신하가 있으니 국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자, 세번째는 천하의 안위를 생각하는 사람 즉 천민(天民)이 있으니 자신의 도가 천하에 통할 수 있을 때 비로서 나아가 그 도를 실행에 옮기는 자, 마지막으로 그 덕이 지극히 큰 인물 즉 대인(大人)이 있으니 자기자신을 바르게 함으로써 천하 만물도 그 감화를 받아서 자연히 바르게 되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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