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권·노조 등 외압에 후퇴/거대 공기업 민영화 보류 배경

◎경제력 집중·증시 악영향 명분/문민정부 개혁과제 차기 정권에재정경제원이 발표한 공기업 경영효율화 및 민영화 추진방안은 문민정부의 핵심경제개혁 과제로 추진돼 온 공기업민영화가 다음 정권의 과제로 넘겨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영화의 핵심인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한국중공업 등 대형 공기업의 경영권을 민간기업으로 넘기는 방안이 정치적 이해와 경제적 상황, 이익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일단 장기과제로 넘겨지면서 사실상 보류됐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대형 공기업의 경영권이양을 보류하는 대신 출자기관으로 전환해 경영의 자율성을 높여주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효율성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기업의 비효율에 따른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하고 장기적으로 경영권이양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대형 공기업을 민영화 할 경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증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게 지분매각을 통한 경영권 이양을 보류한 명분이다. 그러나 해당 공기업의 노조, 관련 정부부처, 농민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치적인 압력이 민영화를 보류시킨 실질적인 배경이라는게 중론이다. 담배인삼공사는 저리융자를 받고 있는 인삼경작자와 잎담배를 국제시세보다 비싼가격에 팔고 있는 5만여 잎담배 경작자들이 민영화에 강력히 반대했다. 민영화로 전국에 산재한 공장의 폐쇄와 인력 감축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도 거셌다. 이들의 목소리가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효율화를 달성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업(담배인삼공사)의 경영활동에 정치적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낙하산 인사가 근절된다는 보장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중공업 및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재경원은 민영화를 보류하는 대신 공기업의 독점체제를 풀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책은 반대로 가고있다. 발전설비의 한국중공업 독점 체제를 당초 올해까지 해소 민간기업의 참여를 허용키로 해놓고 시장규모가 가장 큰 원자력발전 설비의 독점체제는 계속 유지키로 했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더뎌지는 명분뒤에는 이처럼 각종 이해관계가 숨어있다. 때문에 지난 93년 오는 98년까지 58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10개공기업을 통폐합한다고 발표해 놓고도 지금까지 지분매각은 22개사, 통폐합은 5개사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재경원의 영향력아래 있는 산업은행조차 매각대상인 새한종금과 한국기업 평가의 낙찰예정 가격을 높게 매기는 방법으로 민영화에 소극적이다.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이해집단의 반발을 물리치기가 쉽지않은게 사실이다. 또 이석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에 관심이 많고 이같은 정책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재경원이 대형 공기업을 무턱대고 재벌에 매각하기도 힘든 실정이다.개혁은 정권초기에 단행하지 못하면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는 경험칙을 공기업 민영화방안이 다시한번 새겨준셈이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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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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