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낭자 검객들이 세계 최강 유럽을 허물어뜨렸다.
여자 플뢰레가 한국 펜싱 사상 세계선수권 단체전 첫 금메달의 쾌거를 달성했다.
여자 플뢰레팀은 14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벌어진 2005 세계선수권 엿새날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유럽의 강호 루마니아를 접전 끝에 23-22로 누르고 금메달 찌르기에 성공했다.
한국 펜싱이 올림픽 다음의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딴 것은 남.녀 모든 종목 통틀어 처음.
개인전을 포함하면 지난 2002년 여자 에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현희에 이어 2번째이다.
하지만 단체전은 개인전에 비해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메달획득이 훨씬 어려운 만큼 이번 금메달의 가치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온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준 김영호의 남자 플뢰레 개인전 금메달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아테네 올림픽 노메달에 그치며 부진에 빠진 한국 펜싱은 이날 금메달로단숨에 세계 펜싱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재진입하며 내년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청신호'를 켰다.
여자 플뢰레 선수단은 이날 똘똘 뭉쳐 한국 펜싱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일궈냈다.
7번 시드를 받은 한국은 캐나다와의 2회전을 가볍게 통과한 뒤 3회전에서 '조커'정길옥(강원도청)의 대반격에 힘입어 강호 러시아를 23-20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올랐다.
준결승에서 종주국 프랑스와 맞닥뜨린 한국은 에이스 남현희 등 선수들의 고른활약에 힘입어 시종일관 리드를 지킨 끝에 40-28로 승리,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SK 그랑프리대회 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깨끗이 설욕하고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땅콩' 남현희(성북구청)의 집중력이 빛났다.
남현희-서미정(전남도청)-정길옥이 번갈아 가며 나선 한국은 결승전 마지막 9라운드에 진입할 때만 해도 1~2점 차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으나 막판 대역전극을 일궈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남현희는 종료 직전 21-22에서 상대 에이스가 공격을 성공시킨 줄 알고 멈칫하는 사이 빠른 발을 이용해 빈틈을 그대로 찔러 극적인 동점을만들어 승부를 1점을 먼저 따는 쪽이 이기는 원포인트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우선권을 쥔 남현희는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는 것을 밀면서 몸통을 찔렀고, 그순간 한국 쪽에 선명한 불이 켜지면서 승부는 그대로 종료됐고, 승리를 확인한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와 얼싸안고 환희를 나눴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남자 에페는 홈팀 독일에 막혀 16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9위에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