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7개국(G7) 회담을 통해 최악의 금융위기에 모든 조처를 취할 것임을 확인한 각국이 강도 높은 개별 대처방안을 일제히 마련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은행 부실 채권을 매입하려 했던 기존 방안을 수정ㆍ보완하고 아예 은행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은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끝난 직후 성명을 발표해 “7,000억달러의 정부 재정으로 은행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폴슨 장관은 또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대상 은행의 경영권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유화가 아니라 단순히 자본을 투입해 재무구조를 보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부연설명이다. 은행 지분 직접 매입은 민주당 측에서 주장해온 방안으로 미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이를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증시가 지난 한주간 18% 폭락하자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폴슨 장관은 은행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데 기존 방안보다 얼마나 더 돈이 들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의 구제안은 이밖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지만 영국이 지난 8일 공개한 구제안과 비슷한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6,770억달러의 공적자금으로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부분 국유화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영국은 일단 13일 첫 수혜자가 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를 포함해 자국 최대 은행인 핼리팩스뱅크오브스코틀랜드(HBOS), 로이즈TSB, 바클레이스은행의 지분 605억달러어치를 사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자산운용사인 콜린스스튜어트의 알렉스 포터 애널리스트는 “RBS는 정부의 지원 덕에 1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HBOS와 RBS의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는 미국과 달리 앞으로 자금을 투입할 은행에 이사를 파견해 은행들의 경영을 감시하기로 했다. 금융시스템 전체가 말라죽지 않도록 엄청난 규모의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경영이 나아지도록 직접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독일ㆍ프랑스 등 여타 유럽 국가들도 유로존 전체 대응방안을 도출하려는 노력과 병행해 개별적인 대응책을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유로존이 일관되게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현재 4,000억달러 규모의 정부 재정을 이용한 은행 유동성 공급 및 은행 간 대출보증 등의 내용이 담긴 구제금융안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독일은 월요일 시장 개장에 앞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은행을 국유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호주는 은행의 모든 예금에 대해 향후 3년간 지급을 보장할 계획이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에 진출한 자국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들의 자본확충도 정부가 보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드 총리는 또 비은행계 대출업체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모기지 관련 채권용으로 26억달러를 쌓아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