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자국통화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한 글로벌 환율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달러가치의 하락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미국의 약달러 용인정책과 추가 양적완화 전망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 달러화 가치는 최근 한 달 동안 주요 통화 대비 10% 가까이 하락한 데 이어 앞으로 1년 안에 추가로 1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6월 달러ㆍ유로 환율이 1.2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유로존 위기 진정과 최근의 환율전쟁 영향으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7일 유로가치는 8개월 만에 최고치인 1.3930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달러약세는 미 경제 회복을 노린 미국의 약달러 용인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은 경기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중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환율 전망을 통해 달러ㆍ유로 환율이 향후 6개월 안에 유로당1.5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2개월 뒤 전망치로는 유로당 1.55달러까지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7월 전망치가 각각 1.35달러, 1.38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폭적인 하향 조정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1개월간의 급격한 달러약세 전환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의 (양적완화) 발언이 최근 더 구체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1월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각종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좀처럼 활기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FRB에 양적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특히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FRB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박도 지속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통화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국가들이 통화를 절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재차 촉구했다. 가이트너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8일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와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미국 측이 취할 입장을 집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또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을 포함해 환율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약달러 용인 정책은 엔고방어에 나선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엔ㆍ달러 환율은 7일 달러당 82엔대로 전날에 이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8일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과 IMF 총회를 앞두고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선을 의식,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아가라시 후미히코 일 재무차관은 이날 "일본은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엔화 가치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시장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엔화 가치는 올 들어 12% 올라 이날 오후 달러당 82.89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