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건축문화대상/계획부문 대상] Adaptation Algorism

개발과 보존의 틈, 눌차마을의 가능성을 말하다<br>생태체험관광등 어촌마을 미래 제시

계획부문 대상을 수상한 ‘Adaptation Algorism’은 낙동강 하구 지역의 소멸해 가는 어촌 마을의 재구성을 주제로 보존과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활성화라는 현실감 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배어있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8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홍순필(왼쪽)씨와 심소연씨.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부문 대상을 받은 ‘Adaptation Algorism-개발과 보존의 틈, 눌차마을의 가능성을 말하다’는 제목처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눌차동 외눌마을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 작품이다. 가덕도(눌차마을)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어업이 주요 생계 수단인 이 곳의 초등학교 전교생은 22명에 불과하고 육지로 이동하려면 정해진 배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숨겨진 곳들을 찾아 여행하길 좋아하는 사람들만 가끔 찾던 이 곳이 요즘 개발을 앞두고 시끄럽다. 이 일대는 부산항 신항(新港) 물류, 유통 거점 및 해양관광레저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눌차만은 매립되고 이 곳에 신항의 지원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개발을 원하는 사람들은 사업이 완성되면 이 곳에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환경 보호단체들은 “눌차만을 매립하면 부산 미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 놓인 눌차마을에서 부경대학교 건축학부의 홍순필, 심소연 씨는 이번 계획부문의 주제인 ‘융합’을 찾았다. 개발과 보존의 대립, 그리고 그 속에서 조화를 찾는 과정이 전혀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주제를 홍 씨와 심 씨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해결했다. 우선 신항, 휴양 및 레저 단지 등 새롭게 생겨난 이용 주체에 필요한 공간을 내밀었다. 기존 마을 거주민 뿐 아니라 생태체험 및 등대체험으로 유치할 수 있는 관광객, 신항만으로 출퇴근하는 작업자, 신항만 주변 국제 업무지구의 외국인에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했다. 또 소멸하고 있는 어촌 마을은 숙박의 공간으로 전환하거나 활용하고 눌차분교는 기존 마을 거주민과 자녀에겐 학교로, 관광객 및 외국인에겐 생태체험 공간에서 이어지는 교육공간이나 여가활동의 장소로 재구성했다. 개발과 보존이 맞닥뜨리는 눌차마을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생태체험을 통한 관광객 유치, 교육공간의 재활용 등과 같은 현실감 있는 대안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현실감 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배어있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 대상 수상 부경대 건축학부 홍순필·심소연씨

관련기사



“다가가기 쉬운 건축물 만드는게 꿈”
"인터넷에서 당선자 발표를 보고 꿈인지 생시인지 30분간 멍하니 있었는데 친구 축하전화를 받으니 실감이 나더라구요."(홍순필)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친구들하고 학교 앞에서 밥 먹다가 얘기 듣고 (당선 소식을)알았어요."(심소연)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부문 대상을 받은 홍순필 씨와 심소연 씨는 1차 심사 통과 때까지만 해도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계획 부문의 주제는 '융합'. 출품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대상을 정해야 하는데 같은 부산 지역에서 작품을 낸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남포동, 해운대 지역을 선택했다. 홍 씨와 심 씨는 "해운대, 남포동은 그 동안 설계작업을 하면서 많이 거론됐던 곳이라 그 동안 신경을 안 썼던 곳을 찾다"가 가덕도를 선택했지만 막상 심사 단계에 들어가고 보니 "다른 팀들이 선택한 지역과 동 떨어진 곳이라 긴장이 됐다"고 전했다. 다른 공모전 준비 때보다 팀 워크가 잘 맞았지만 장소를 잘못 선택한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에 홍 씨와 심 씨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3차 심사 전날엔 찜질방에서 밤을 꼬박 새워 발표 준비를 했다. 결과는 대상.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생긴 불안감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배어있는 수작"이라는 평가로 돌아왔다. 후배들과 함께한 2개월이 넘는 준비 작업 기간도 다행히 헛되지 않았다. 홍 씨와 심 씨는 부경대 건축설계 동아리 모노리스(monolithㆍ한 암석으로 된 기둥)의 선배와 후배로 만났다. 지난해 한국건축문화 계획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수영 씨도 이 동아리 출신이어서 부경대 모노리스는 2년 연속 대상자를 배출한 명문 동아리가 됐다. 올 초 졸업한 이 씨는 설계사무소에 취직해 건축설계사로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졸업반인 홍 씨와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는 심 씨도 설계사무소로 가 설계사가 되는 게 목표다. 홍 씨는 "주변지역 미술관이나 동사무소처럼 주변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건물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흔히 볼 수 있지만 흔하지 않은 작품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심 씨는 "주변의 건물은 인간을 지배하는 느낌이 강한데 사람들이 다가가기 쉬운 건물을 짓기 위해 취직 후에도 생태건축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