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재정절벽 이미 시작

기업 "일단 몸부터 사리자" 고용·투자 벌써부터 줄여<br>8월 내구재 주문 13% 뚝… 대선 후 논의땐 실기 우려


미국경제가 이미 재정절벽(fiscal cliffㆍ재정지출의 갑작스러운 중단이나 축소에 따른 경제 충격)에 빠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대다수 미국 기업들이 재정절벽이 현실화할 경우 법인세는 얼마나 내야 할지, 경기는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예상하지 못하게 되자 고용과 투자를 줄이는 등 몸부터 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경제는 민주ㆍ공화 양당이 올해 말까지 감세안 연장 등 경기부양책에 합의하지 않으면 대규모 자금이 자동적으로 정부에 회수돼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전자통신 시스템 장비제조 회사인 허니웰의 데이비드 코트 최고경영자(CEO)는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로 모든 고용을 중단한 상태"라며 "모든 기업이 (이 문제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JP모건에 따르면 이 은행의 기업주 고객 중 61%는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이 고용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브루스 조스텐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기업이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 투자를 못한다. 투자를 못하면 고용을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의 실바인 레덕 등은 "재정절벽에 따른 불확실성이 실업률을 적어도 1%포인트 이상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군소 자영업자들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전미자영업연맹이 '경영에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복수응답 가능) 결과 '예측 불가능한 정부정책'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35%로 4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응답은 지난 2008년 조사 때 순위에 없던 것이다. 또 '빈번한 세금제도 변동'이라는 응답도 2008년 15위에서 이번에는 8위로 뛰어올랐다.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8%나 돼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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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의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는 주요 경제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8월 미국의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13.2%나 하락하며 2009년 1월 14.3%로 후퇴한 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제조업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내구재 주문이 감소한 것이 순전히 재정절벽 때문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재정절벽이 이미 현실화하는 것은 올해 말로 예정된 예산 자동삭감과 감세안 철폐시한이 점점 다가오지만 정작 의회는 오는 11월6일(현지시간) 있을 대선 이후에나 논의하자며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은 대선 이후 이 문제가 논의된다고 해도 불과 두 달 만에 민주ㆍ공화 양당이 타협안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일단 투자와 고용부터 줄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8월 양당이 정부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과정에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사상 처음으로 강등할 정도로 지루한 줄다리기를 했던 전례도 기업가들의 우려를 더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 세상에 죽음과 세금 빼고 확실한 것은 없다'는 격언을 인용해 "재정절벽으로 세금제도가 어찌될지 가늠할 수 없는 지금 이 말은 옛말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예측 가능한 정부 정책과 세금제도가 있어야 기업들이 살아날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국경제는 죽음을 담보로 주사위 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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