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형곤씨가 11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향년 46세. 김씨는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모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인근 혜민병원으로 옮겼으나 도착 때 김씨는 이미 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는 아직까지 김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의 시신은 지난 99년 시신기증을 등록한 고인의 뜻에 따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될 예정이다. 영결식은 13일 오전에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코미디계 ‘큰별 졌다’=김씨는 80년 TBC 개그콘테스트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방송계에 데뷔했고 ‘공포의 삼겹살’로 불리며 80~90년대에 인기를 누렸다. 이후 KBS ‘웃는날 좋은날’ ‘유머1번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 출연하며 “잘돼야 될 텐데” 등의 다양한 인기 유행어를 만들어왔다. 이 같은 왕성한 활동으로 90년대까지 심형래ㆍ최양락ㆍ임하룡 등과 함께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그는 특히 시사 풍자 코미디 영역에서 독보적인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해왔다. 또 극단 곤이랑을 만들어 연극 ‘등신과 머저리’ 등을 공연하는 한편 모노드라마 ‘여부가 있겠습니까’ ‘병사와 수녀’, 뮤지컬 ‘왕과 나’, 영화 ‘회장님 우리 회장님’ 등에 출연했다. 99년에는 자민련 명예총재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 2000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쓴맛을 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웃음 철학을 담은 에세이집 ‘김형곤의 엔돌핀코드’를 출간했으며 오는 30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코미디쇼를 펼칠 계획이어서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전문가들, ‘급성심근경색’ 판단=아직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급성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증상 발생 후 1~2시간 이내에 사망한 것 등 여러 가지 정황상 급성심근경색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살 빼기 전 비만 상태였을 때 이미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다가 이번에 운동 후 동맥경화반이 파열되면서 생긴 혈전이 혈관을 막아 급성심근경색을 불러일으켰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의 통계를 보면 급사로 인한 사망자의 사인은 70~80%가 급성심근경색이다. 다른 질환, 일례로 뇌출혈의 경우 발생 후 3~4시간 정도 후에 사망하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송형곤 교수(응급의학과)는 “김씨의 기러기 생활과 사업, 코메디 아이디어 등으로 생긴 과도한 스트레스도 심장질환의 중요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같은 병원의 권현철 교수(순환기내과)는 “화장실에서 사망한 것으로 미뤄볼 때 머리에 대동맥류가 터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살을 빼기 위하여 격렬하고 과도한 운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