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생명이 즉시연금을 둘러싼 청개구리(?) 행보로 이목을 끌고 있다.
상당수 보험사들이 저금리에 따른 자금운용 부담으로 즉시연금 판매를 사실상 접고 있는 가운데 최근 뒤늦게 즉시연금 시장에 뛰어든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내년부터 폐지되는 비과세 혜택을 노리고 뭉칫돈이 즉시연금으로 몰리고 있다지만 즉시연금 판매 창구를 활짝 열어놓기에는 보험 업계에 역마진 우려감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말부터 즉시연금 세일즈에 나선 AIA생명의 행보는 도드라진다. AIA생명은 이런 지적에 '보장성 보험의 판매비중이 전체의 80~90%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의 예ㆍ적금과 흡사해 저금리 파고에 취약한 상품인 저축성 보험은 고작 10~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대형사 등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이 절반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저금리에 따른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덜해 '즉시연금 출시'라는 이례적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보험 전문가들이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약속이나 한 듯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늘리라는 주문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AIA생명 관계자는 "2010년부터 연금 등 저축성 보험 판매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었다"며 "보장성 보험의 마진이 저축성 보험보다 낫기 때문에 보장성 보험에 치중해왔고 현재도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AIA생명이 최근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품도 암보험ㆍ질병보험 등 보장성 보험이다.
공교롭게도 남들이 다 꺼리는 시기에 즉시연금을 출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연의 일치"라면서도 "각인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저축성 보험을 늘릴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올 초부터 즉시연금상품을 개발하고 있었고 당시 출시 시기를 이 무렵으로 잡았던 것"이라며 "이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인데 우리로서는 플레이어가 많이 줄어들어 시장에 연착륙하기 용이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도 의외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팀장은 "AIA생명이 갑자기 즉시연금을 출시해 적이 놀랐다"며 "AIA생명의 투자 포트폴리오상 이자율이 높은 채권 투자 비중이 높아 자산운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