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사진) 총리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한 총리는 지난 4월 ‘코드 인사’라는 비판 속에서 취임했지만 전임 총리들에 비해 원만하게 국정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취임한 후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국정 과제들이 결실을 맺어 총리실 주변에서는 한 총리에 ‘관운’이 따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총리의 스타일을 보면 이해찬ㆍ한명숙 전임 총리의 장점을 절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인상이다. 이 전 총리는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일 잘하는 책임 총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나친 독선으로 낙마했다. 이에 반해 첫 여성 총리였던 한 전 총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애칭을 들으며 행정부를 이끌었지만 사실상 업무 처리 능력에서는 전임 총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총리실을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은 사석에서 ‘한 총리는 전임 총리들의 장점만 쏙 빼서 닮았다’고 평가한다. 그의 업무 처리 능력은 이미 수많은 관직을 거치면서 입증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총리 취임 이후에도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총리는 사학법ㆍ로스쿨법ㆍ국민연금법 등 주요 민생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지연되자 임채정 국회의장을 비롯,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을 직접 만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이 전 총리가 한나라당은 ‘차떼기 당’이라고 비난하며 국회와 마찰을 빚은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이외에도 한 총리는 주요 경제단체장 등을 만나는 한편 기업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규제개혁 작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물론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가 취임한 이래 종합주가지수는 400포인트 이상 올랐다. 그야말로 ‘경제 총리’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반면 한 총리에게도 정치적인 분야에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 등 공무원의 정치 중립 문제에서 명확한 스탠스를 잡지 못한 채 노무현 대통령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한나라당의 비난이 집중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국정홍보처가 추진하고 있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한 그의 입장도 지나치게 청와대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느낌을 준다. 유독 언론 문제에 관해, 평소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한 총리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