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간주되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소설ㆍ영화ㆍ캐릭터ㆍ게임 등으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라는 콘텐츠 산업의 본령을 잘 보여주는 소설 ‘해리포터’는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지난 2006년 308조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총 매출 27조3,000억원의 무려 11배에 이른다. 해리포터로 일약 세계적인 갑부가 된 조앤 롤링이 한해 동안 받은 저작권료는 10억달러.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한해 배당금 4억5,000만달러의 두배에 이른다. 월트디즈니의 경우도 2006년 한해 거둬들인 매출이 353억달러로 같은 기간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거인 인텔(315억달러)을 추월했다. ◇콘텐츠 산업 성장과 함께 저작권 보호 강화는 세계적 추세=세계가 문화산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굴뚝 없이도 지식이라는 무한의 원천으로 제조방식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 또 한번 만들어놓으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즈도 매력적인 특징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07년 세계 저작권 산업의 총 매출이 1조5,955억달러(약 1,595조5,000억원)였으며 오는 2012년에는 2조1,996억달러(약 2,199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화산업 장르는 음악ㆍ영화ㆍ출판을 비롯해 비디오게임, 인터넷 접속, 광고, 카지노, 스포츠, 테마파크까지 망라하고 있다. 2007년 전체 시장에서 음악ㆍ영화ㆍ출판 및 인터넷 접속 부문은 6,745억달러(약 674조5,000억원)로 전체 시장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세계 문화산업의 선두는 미국(6,007억달러)이며 일본(3,331억달러), 영국(1,146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395억달러)는 캐나다(407억달러)에 이어 10위에 올랐다. 눈부신 성장만큼 저작권 침해도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저작권 보호가 문화산업의 수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에 세계 주요 문화산업 수출국은 저작권 침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다. 2006년 전세계 불법복제와 모조품 제조는 약 6,000억달러 규모. 이 가운데 미국계 기업의 추정 손실 규모는 약 2,500억달러다. 또 1999년에는 전년 대비 14.5% 성장한 반면 2002년에는 전년 대비 약 1.1% 성장에 그치는 등 저작권 산업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워싱턴에서 만난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 원인을 불법복제물 유통에 있다고 단언했다. 해외 저작권 보호 대책이 강화되는 것은 미국을 비롯, 일본과 유럽 등 적어도 선진권에서는 예외 없는 추세다. ◇저작권 보호 위한 미ㆍ일 등 선진국 전략은=미국의 경우 우선 법률적 면에서 국내의 강력한 저작권 보호책을 전개하는 한편 타 국가와의 각종 무역협상 및 직ㆍ간접적인 제재 수단들을 동원해 자국의 저작권 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 저작권 보호를 위한 협상수단과 전략을 보면 ▦개발도상국에 무관세제도를 지적재산권 보호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일반관세특혜제도(GSP) ▦통상특별법 301조를 통한 통상적인 압력 ▦높은 수준의 저작권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협의체를 통한 비통상적인 전략을 추진했다면 부시 행정부는 국가 대 국가로 FTA를 체결, 해당 국가의 저작권 보호 수준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해외 시장의 불법 저작물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IIPA 산하에 협회(국제음반산업협회ㆍ국제위조방지연합ㆍ상용소프트웨어연맹ㆍ미국영화협회ㆍ미국음반산업협회)가 조성돼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는 물론 주요 침해국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 문화산업의 2위 일본의 경우는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일본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2002년 고이즈미 내각부터 정부 부처가 연대해 하나의 전략으로 대응해나가는 ‘지적재산입국(知的財産立國)’을 지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04년 9월 콘텐츠 해외유통촉진기구(CODA)를 설립하고 해외에 수출하는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는 유통마크(CJ마크)를 제정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규제 대상이 되는 나라와 연대해 일본 콘텐츠의 해적판 음반 CD와 DVD를 1,000만장 이상 압수하고 불법 유통자 3,670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내 저작권 침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의 사용료 징수 및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출판 부문의 저작권을 위탁관리하는 일본복사권센터(JRRC),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 일본음반협회(RIAJ), 일본영상소프트협회(JVSA) 등이 각 부문별로 업계를 대변하며 대정부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사용료 징수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좋은 사례로 전년동기 대비 4% 증가된 1,556억엔(약 11조원)의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한 JASRAC를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력이 주요 문화산업 국가 중 유일하게 일본을 음악산업이 성장세를 유지하는 국가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日내선 출판물 저작권 침해 거의 없어"
히구치 세이이치<日서적출판협회 조사부장> "일본 내에서는 출판물 저작권 침해가 거의 없습니다. 최근에 중국 등 해외에서 일본 저작권 침해가 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히구치 세이이치(사진) 일본서적출판협회 조사부 부장은 기자가 최근 도쿄에서 만나 일본의 저작권 침해 정도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국내에서는 대리번역ㆍ요약본 등 출판 저작권과 관련해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져나오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저작권 분쟁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고판을 이유로 제시했다. 문고판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7,000원 정도. 한 끼 식사비의 절반이면 책 한권을 살 수 있다. 문고판으로 제작되지 않는 책들은 중고서점에서 구입하면 된다. 그는 "독자들이 정품 시장을 통해 쉽고 싸게 책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저작물 유통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며 "일본은 중고서점 체인점 '북오프(Book Off)'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정가의 절반 가격이면 책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국에 북오프 체인점은 902개로 1년 매출은 400억엔(한화 약 4,000억원)에 달한다. 세이이치 부장은 그 대신 해외의 일본 저작물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해외에서 일본 저작물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한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일본과 한국 패션 잡지가 스캐닝돼 무단으로 올라 있더군요. 즉각 경고 메일을 보내 삭제를 요구했더니 며칠 뒤 '더 이상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만 남긴 채 폐쇄됐더군요." 세이이치 부장은 이와 관련, "비용ㆍ절차 등의 이유로 소송을 하거나 피해보상을 요청하기 어렵고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게 고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언론ㆍ출판 등 관계자와 사회 지도자를 초청해 저작권 보호 인식 연수를 하거나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적극적으로 감시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출판협회는 고단샤(講談社), 쇼가칸(小學館), 슈에이샤(集英社) 등 470여개 일본 출판사가 회원으로 가입된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