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년 예산안 편성 기조 흔들려선 안된다

지난 20일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에 따라 뒤늦게나마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착수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을 늘리거나 자기 입맛에 맞게 예산안을 바꾸려고 하는 바람에 정부의 예산편성 기조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재정적자를 최소화하면서 내수진작을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고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내년 예산안의 골격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표퓰리즘에 떠밀려 이 같은 기조가 흔들릴 위험에 처해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4대강 후속사업 예산 1조5,000억원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1,327억원) 등 국방예산을 줄이는 대신 대학등록금 경감을 위해 2조원을 늘리고 민생지원을 비롯한 복지 관련 예산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복지예산 확대 주장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예산안이 복지 포퓰리즘에 희생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예산안이 이처럼 정치적 의도로 좌지우지되면 재정건전성이 무너지고 효율적인 재정정책이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재정건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2013년 균형재정을 목표로 총지출 증가율(5.5%)을 총수입 증가율(9.5%)보다 낮게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국회 상임위의 예비심의를 거치는 동안 내년 예산안은 정부안보다 무려 10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여야 할 것 없이 지역구 챙기기용 예산 끼워넣기가 기승을 부린 탓이다. 도로 등 지역구 사업 예산과 복지 관련 예산이 대거 늘어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다시 정치적 목적에서 예산안에 손을 대면 정부 재정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남북협력기금 등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예산안 심의기한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저것 욕심을 내다 보면 내년 예산안의 큰 틀 자체가 흔들릴 뿐 아니라 졸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정부의 예산편성 기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필요한 경우 추경예산 편성 등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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