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4월14일. 종합주가지수가 4.32%나 떨어졌고 그 다음 거래일인 17일에는 하락폭이 더욱 커져 무려 93.17포인트, 11.63%나 급락했다. 지수 대도 800선대에서 700선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앞선 12일에는 2.11%하락했다. 2000년 ‘4ㆍ13 총선’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이렇게 나타났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7대 총선도 단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일 뒤면 어떤 식으로든 새 판이 짜일 테고 그 다음날인 16일에는 주식시 장에서 이에 대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정치에 대한 일종의 경제적 민심이다. 물론 그 반응이 미미할 수도 있고 외생 변수에 묻혀 버릴 수도있다.
하지만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말이 있다. 낙엽 하나로도 가을이 오는 것 을 알 수 있듯 총선 이후 주가 움직임으로 작게 나마 민심을 읽을 수 있다 .
지금 우리 경제에서 그나마 잘 나가고 있는 게 바로 주식 시장이다. 개인들이 떠난 속 빈 강정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외양만은 화려하다. 꺾일 것 같던 종합주가지수가 꾸준히 올라 다시 심리적 저항선인 900선에 도전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의 충격도 단 하루 만에 마무리지었다. 지금까지는 ‘정 치 따로’ ‘주가 따로’의 모습이다.
그러면 이번 총선 이후에는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까. 4년 전에도 민심이 분열됐었지만 그 정도가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주가가 급락한 것은 단지 야당이 제일당이 된 데 대한 정치ㆍ경제적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념 싸움에다 세대간 갈등까지 겹쳐 있고 경제는 당시보다 더 어둡다. 정부측에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애써 강조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총선용 발언으로 치부 당할 뿐이 다.
10일 뒤 어느 정당이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든 주식시장은 이에 반응할 것 이다. 더 나아가 국내 증시를 받치고 있는 외국인의 매매동향에도 변화가나타날 수 있다. 정치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가 낮아지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증시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혹시라도 총선 후 주가가 떨어지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을 찾고 보완해가는 것이 바로 총선 이후 경제정책이 되고 총선 으로 야기된 분열상을 다시 한 데 모으는 화합의 정치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ytlee@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