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ㆍ4분기 실적이 시장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드러나자 대형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불어넣은 온기가 증시에 고르게 퍼지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1,430포인트에 근접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하려면 IT 이외의 다른 대형주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내는 한편 긍정적인 3ㆍ4분기 실적전망이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IT주 동반 상승 이끌어=삼성전자는 6일 공시를 통해 2ㆍ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잠정치가 각각 31조~33조원, 2조2,000억~2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내놓은 2ㆍ4분기 실적전망 평균치(매출액 19조5,402억원, 영업이익 9,628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깜짝 실적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5.49% 급등한 63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LG전자(3.80%), LG디스플레이(0.89%), 하이닉스(0.67%), 삼성전기(0.63%), 삼성SDI(0.96%) 등 대형 IT주들도 함께 웃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에 힘입어 IT주들이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기대만큼 못 올라=대형 IT주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6개 대형 IT주의 시가총액비중은 22.02%(6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이들이 동반 상승했지만 코스피지수는 8.90포인트(0.63%) 오른 1,428.94포인트로 마감했다. 업종 별로도 전기전자업종이 3.94% 오르면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나타냈지만 나머지 상승 업종의 경우 오름폭이 최고 1%대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이 증시 전체에 온기를 불어넣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한범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잠정치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보면 실적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만큼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보수적인 종목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쉽사리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기타 업종 및 종목에 대한 매수세도 살아나야 하는데 다른 업종들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강세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거나 박스권 상단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보다는 ‘실적 기대감을 높인 수준’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박스권 돌파 시도는 버거울 듯=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앞으로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주요 업체들의 2ㆍ4분기 깜짝 실적 ▦긍정적인 하반기 실적에 대한 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2ㆍ4분기 실적시즌에 차분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업체들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생각하는 이익 급증 시나리오가 현실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공급 부문의 구조조정에 따른 이익 증가가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곽 연구원도 “이익예상치를 넘어서는 깜짝 실적이 연이어 발표되지 않는 한 전고점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기관의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긍정적인 재료가 합해지면 이달 후반에나 탄력적인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