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도입된 감세조치를 연장하기로 공화당과 합의하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당초 민주당은 연간 25만달러 이하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중산층 가구에만 한정해 감세조치를 연장하기로 했으나 공화당은 모든 소득계층을 망라해 감세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맞섰다. 타협안이 도출되면서 공화당은 마침내 숙원을 풀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굴복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과민반응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동안 고소득계층에 감세 혜택을 줘봤자 경기 부양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호한 입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공화당이 중간선거 승리의 세를 몰아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자 대통령은 자신의 길을 고집할 수 없었다. 끝까지 자신의 입장만 부르짖게 되면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이 올해 말로 즉각 종료돼 미국인의 공분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타협안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향후 2년간 모든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감세 조치를 연장했을 뿐 아니라 오는 2011년까지 실업수당을 연장하고 일시적으로 소득세 감면 혜택을 줘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타협안은 세금과 공공지출에 관한 포괄적 합의와 적절히 연계해서 추진될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도모하기 위해 세수 증대와 지출 감소 중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둘지 공화당과 민주당이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백악관은 타협안을 발표하면서 감세기간을 2년만 연장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감세 조치를 둘러싼 논쟁이 2012년에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주제는 머지않아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할 것이다. 미 행정부는 내년 초 새 의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가능한 빨리 세제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때야말로 공정한 과세제도의 원칙이 실현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타협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표를 던졌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용기가 부족하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타협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였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내년에는 전면적 세제 개편과 같은 보다 중요한 이슈들이 논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