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슈진단/끊이지않는 건설업계 비리사슬] 비자금 조성은 어떻게

최근의 검찰수사 결과 주요 그룹들이 건설사를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한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은 건설회계의 특성상 장부조작이 용이하고, 이중계약을 통한 원가 부풀리기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건설업은 사업현장별로 시공방식과 공급자재 등이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제조업 등과 달리 검은 돈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원가부풀리기 성행 = 특히 대형건설사들이 하도급 업체나 자재 납품업체들에게 납품 및 하도급비용을 실재 금액보다 부풀려 계상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가장 흔한 비자금 마련 방법이다. 하도급 용역비의 경우 공산품처럼 표준화된 것이 아니므로 실제 금액을 확인할 수가 없다. 또 건설자재의 경우 아파트 한 가구를 짓는데 만 해도 철골ㆍ시멘트ㆍ벽지 등 다양한 품목이 들어가고 그 투입물량 또한 현장별로 천차만별이어서 현장소장이 아닌 다음에야 정확한 원가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일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도 “건설회계는 일반기업회계와 달리 각 사업현장별로 장부가 별도로 작성되는데다가 정확한 원가 파악이 어려워 건설분야의 회계 전문가들조차도 해당 업체의 비자금 조성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시행사ㆍ분양대행사도 비자금 조성 통로 = 상가나 주택사업의 경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도 이뤄지고 있다. 시공업체가 시행사로 앞세우기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사업부지를 매입한 뒤 해당 사업의 분양수익은 시행사 몫이고 자사는 마치 시공에 따른 도급비용만을 얻은 것처럼 위장하는 방식이다. 또 분양대행사와는 이중계약 등을 통해 분양대행수수료를 실제보다 높게 계상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기도 한다. 한 분양대행업체의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시공사가 직접 주택사업부지과 분양까지 맡았지만 최근에는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등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어 비자금을 만들기가 더욱 쉬워졌다”고 말했다. ◇설계변경은 비자금 조성의 왕도(?) = 설계변경도 비자금 조성의 왕도로 통할 만큼 검은 돈 마련 통로로 흔히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관급 도로공사를 수주한 시공업체라면 당초의 도로 예정 루트에 암석 등이 있다는 이유로 도로구간을 우회해 연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변경을 요구한다. 설계변경이 받아들여져 해당 도로공사구간이 길어지면 해당 시공사는 당초 공사를 낙찰받았을 때의 금액보다 더 많은 시공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되기 때문. 이 과정에서 설계변경 승인을 얻기 위해 담당 공무원과 감리업자 등에게 뇌물이 건네지기도 한다. ◇건설회계 및 감리시스템 강화 필요 = 이 같은 비자금 조성을 막기 위해선 각 현장별 건설원가 내역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사업부문별로 분리돼 있는 장부작성 방식을 일괄장부로 통합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감리제도를 좀더 투명화하고 부실감리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해 불필요한 설계변경을 통한 비자금 조성을 막고, 실적이 없는 위장 시행사들을 과감히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건설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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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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