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되풀이되는 전력대란의 위기에 대해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2011년 9월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경험하고도 전력수급 사정이 빠듯하다 못해 부족한 상황을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정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31일로 예정된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절전 호소문 발표를 연기했다. 원전 관리 및 감독에 실패한 책임이 있는데도 국민들에게 고통과 희생부터 요구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고 판단이 선 모양이다. 원전 부품 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문책이 우선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전력대란의 위기는 발등의 불이다. 한줌도 안 되는 원전 마피아들의 분탕질에 나라 경제가 위협 받고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니 부아가 치밀지만 현 상황에서 절전 동참 외에는 방법이 없다. 비상대책이 차질 없이 철저히 시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하계 전력비상대책 발표를 계기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정부는 그동안 올해 말부터는 전력수급 문제가 거의 해결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는 불편과 고통을 감내해달라고 했다. 내년 예비전력률은 올해의 2배 이상인 16.3%로 급격히 오르고 2015년부터는 20% 이상을 줄곧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합화력 4기와 원전 2기가 올해 중 가동되기 때문이다. 밀양송전탑 갈등과 짝퉁 원전부품 교체 문제로 올겨울에는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내년 여름부터는 전력대란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찜통 더위를 부채질로 버텨야 하는 고통분담이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면 담당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