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7월 11일] 인터넷 심의는 정부 권리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다. 공기오염이나 생활의 불편함 등은 모두 참아낼 만했다.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과 내용 검열은 도저히 감내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기사나 e메일을 전송했을 경우 전송 속도는 특히 느렸다. 속도가 느린 것은 애교로 받아들일 만했다. 느리더라도 보낼 내용이 무사히 전송되기만 하면 다행이었기 때문이다. 아무 말 없이 되돌아오는 e메일은 그래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다. 내용의 정도가 심하면 중국 정부가 직접 통제에 나선다. 그야말로 족쇄다. 그럴 때마다 사상과 토론의 자유에 대한 절대성을 옹호한 J S 밀의 주장을 앞세워 항변하곤 했다. 밀은 “단 한 사람이 모든 인류와 다른 의견을 가진다 해도 그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민주주의 사회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바꿀 수 없는 가치근거로 뿌리내리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개인의 의견이 잘못을 수정하고 진리 인식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사상과 토론의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보면 밀이 필사적으로 옹호해온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무색하게 하는 장면들이 연출 되고 있다. ‘판도라 상자’처럼 근거 없는 루머나 유언비어를 양산하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밀이 강조한 의사표현의 자유는 무한한 것이 아니다. 모든 개인이 최대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회를 혼란하게 한다면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심의하는 논리적인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소수의 사람들이 여론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수가 주도하는 여론은 적잖은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몇몇 사람들이 특정 게시판을 좌지우지하면서 여론 독점의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토론을 통해 균형 잡힌 의견을 만들어가는 대신 여론을 호도하거나 자기 주장대로 여론을 끌고 가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테러도 도를 넘어섰다. 자신들의 주장과는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른바 ‘왕따’를 시키거나 사이버 폭력을 통해 철저히 배격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탓하면 밀의 주장을 앞세워 자신들이 하는 행태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율배반적이다. 자신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테러를 당한 사람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인신공격을 당한 사람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운 것은 물론 마치 자신이 진짜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피해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작 이를 회복시켜줄 힘은 그 어디에도 없다. 최근 포털사이트들이 게시판 자체 정화에 나섰지만 그것만으로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다. 자유로운 게시의 멍석을 깔아준 포털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감정에 치우쳐 정파적이고 편파적인 주장을 하는 악성 누리꾼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 어떤 처방도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누구든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생명의 위협을 초래하지 않는 사회에 살기를 원한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는 어느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어떤 형태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공격이 통용된다면 그것은 국가의 잘못이고 직무유기다. 사회주의국가뿐 아니라 민주주의국가에서도 정부가 인터넷 내용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정부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게시를 막을 수도 있다. 이것이 정부의 정당한 권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