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건축의 해에 소망한다

李建榮(전 건설부차관)올해는 건축의 해다. 지난 달 29일 선포식이 있었다. 거리거리에서 만나는 국적없는 흉물 같은 건출물에 대해 이제 반성할 때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서구 건축양식이 들어온 지 1세기가 지났다. 지금은 어디에 우리 건축의 형상이 남아 있나? 면허는 없어도 나는 건축가다. 나는 대학에서 건축공부를 하였다. 미국에 유학가서도 한동안 건축공부를 했고, 설계사무소에 몇년을 근무한 적도 있다. 당시 서울대병원, 남산의 과학관등의 설계팀에 참여하였다. 지금부터 30년전, 서울거리에 3.1빌딩이 서면서 소위 고층건물의 시대가 시작될 때의 일이다. 그 이후 우리의 도시는 달라졌다. 기념비적이라 할 만한 많은 건축물들이 등장하였다. 공간사옥, 63빌딩, 예술의 전당, 트윈타워, 무역센터, 포스코빌딩 등등…. 그리고 테헤란로는 뉴요크의 파크 애비뉴처럼 마천루가(街)가 되었다. 이런 바람은 타고서 건축과는 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과로 부상하였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건축을 애정어린 눈으로 보아서인지 나는 항상 불만이 많다. 건물은 수없이 많아도 건축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부동산이 너무 세분화하고 소자본으로 갈라져 있어서 아무렇게나 지은 작은 집들이 너무나 얽혀있다. 이들이 모여서 도시를 이룬다. 그동안 매년 수십만 건의 건축허가가 나갔다. 이렇게 건축호황을 누린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건설은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의 기둥이었다. 그러나 너무 허겁지겁 짓다보니 고민없는 설계, 혼이 없는 설계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분당이나 일산 신도시를 5년만에 만들었다. 인구 500만이 사는 강남지역이 20년만에 완성된 것은 도시역사상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지금 시골에까지 늘어서 있는 획일적인 아파트군들이 우리건축의 현주소라면 과장일까? 우리 주변에 아파트는 있어도 마을은 없는 형상이다. 건축에는 우리의 삶이 담겨야 하는데 껍데기를 만드는데 너무 바빴던 것이다. 파리의 거리, 뉴욕의 거리, 런던의 거리가 서로 다르고 특색이 있는데 우리 서울의 거리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이제 서울에 「건축」을 심을 때이다. 서울은 성장하는 도시니까 건축가의 할 일은 많다. 나는 우리의 도시에 대한 경제논리나 공학식의 사고보다 건축쟁이들의 손길이 아쉽다고 믿고 있다. 르 콜브제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경우처럼 말이다. 우리 도시를 누가 망치고 있는가? 건축가들이다. 그러나 이것을 가꾸는데도 건축가들이 필요하다. 건축의 해에 멋있는 신도시를 하나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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