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관치인사→청탁대출→은행부실」 악순환(금융계비리 처방전은 없나)

◎행장에 권한 집중·은감원 감독 소홀도 문제은행 비리의 끝은 어디일까. 손홍균 서울은행장의 구속으로 문민정부들어 벌써 16명의 은행장이 옷을 벗었다. 금융거래의 투명화는 김영삼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자 최우선 국정과제중 하나. 그럼에도 은행과 은행장의 비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때만 되면 터져나와 금융계 전체를 초상집으로 만든다. 공직자 윤리를 어느때보다 강조한 현 정권에서 은행장 비리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은행 부실과 부조리를 야기하는 첫째 요인은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은행인사다.비상식적인 인사가 비합리적인 대출을 낳고 그결과는 은행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번에 사고를 낸 서울은행은 그 악순환의 고리에 걸린 대표적인 희생양이랄수 있다.70년대 중반부터 당시 서울신탁은행의 K차장은 군부에 선을 닿고 있었다. 어느날 청와대 고위층이 은행장을 불렀다. 『K차장을 A급 점포 지점장으로 발령내시오』라는 요구에 당시 은행장은 『아직 자격이 안됩니다』라고 대답했다. 『여보, 당신은 자격이 있어서 은행장 하는줄 알아』라는 대답을 들은 은행장은 돌아와 K차장을 불렀다. 『우선 좋은 곳에 출장소장 발령을 낸후 지점장 발령을 낼테니 조금 기다리라』고 말했다. K차장은 즉답했다. 『싫어요.』 결국 K차장은 그가 원하던 지점을 맡았다.그후 K씨의 뒤를 봐주던 군부가 80년이후 신군부로 등장하면서 그는 은행장까지 지낼 수 있었다는게 금융계의 비밀아닌 비밀이다. 은행장이 된 K씨는 권력의 주문대로 대출했다. K씨와 신군부의 전횡이 오늘날 서울은행을 망쳤다는게 금융계의 정설이다. 두번째 이유는 주인없는 은행의 모든 권력이 은행장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전무는 2인자가 아니다.행장과 전무는 권한에 있어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난다.권력을 타고 행장이된 은행장은 대출과 인사, 자산관리 등 전분야에 걸쳐 전권을 행사한다. 은행장의 전결한도는 대략 3백억원선.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은행장이 대출을 결정하는데 감히 반대할 임원, 직원이 있을리 없다. 세번째, 힘있은 곳에서 내려온 청탁대출 문제다. 임직원의 반대 의사와 관계없이 행장의 전결에 의해 결정되는 대출은 「모 아니면 도」식이다. 금리도 우대금리가 주어진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망할게 뻔한 기업이 회생하는 경우 공은 행장에게만 돌아간다. 그러나 대부분은 부실로 직결된다. 책임은 행장이 아니라 직원이 진다. 부실이 가장 많다는 서울은행의 경우도 대부분 전대에 저질러진 후유증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전임 행장이라도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제도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네번째는 은행을 감독해야할 은행감독원의 예방기능이 부족하다는 것. 은감원은 언제나 사전 예방기능을 강조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사후약방문의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은감원은 이번 검찰수사에 앞서 서울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 국제밸브 등에 대한 불법대출을 적발했지만 실효는 없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은행장 자리와 주요 대출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은행장 하나를 구속했다고 환경이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군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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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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