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7월 10일] 경제는 심리이자 소통이다

지난 3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꺼져가던 ‘대운하’ 불씨를 살리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강 장관은 한 케이블TV 방송에 출연해 대운하와 관련,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그룹의 검토가 있었으면 좋겠고 국민들이 이것을 한 번 더 들어보고 판단하는 게 어떨지 하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를 뒀으나 사견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경제부처 수장의 말이니 무게가 실려 있는 건 당연했다. 강 장관의 언급이 전해지자 이날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대운하주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정부가 대운하를 계속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을 떠보려는 애드벌룬적 성격이 농후했지만 투자자들에게 그건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강만수 장관’의 말이라는 게 더 중요했다. 이처럼 정부 정책을 다루는 당국자의 말은 공식적ㆍ사적 의견을 막론하고 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청와대나 여당에서 나오는 얘기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무척 크다. 누구보다 정부 여당 고위인사들에게 신중한 말과 처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최근 경제위기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 여당에서 ‘위기’라는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 경제상황을 “3차 오일쇼크라 할 만한 어려운 상태”라 진단했고 집권 여당의 정책위의장은 ‘제2의 외환위기’를 거론했다. 현재의 제반 경제여건이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려는 목적에서 나온 발언이라 여겨진다. 주식ㆍ외환ㆍ채권ㆍ주택시장 어디를 둘러봐도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힘든 경제현실을 강조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앞장서서 위기만 부각시키면 실제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키워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불러올 수 있다. 일부의 분석처럼 정부 여당의 위기론 강조에 쇠고기 파동으로 구석에 몰린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면 그건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다. 당사자만 옭아맬 뿐이다. 경제는 심리다. 지금은 어렵지만 다 같이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 경제는 회복될 수 있다. 정부 여당이 지금 할 일은 국민에게 이런 믿음을 주는 것이다. 난국을 헤쳐갈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해 심리를 안정시키고 이해를 구하는 게 최우선이다. 앞 다퉈 위기론을 설파하기에 앞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는 심리이자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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