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8일] 외국인 CEO는 왜 안돼?

최근 재계에서 화제가 된 '스카우트'가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볼보건설기계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안토니 헬샴 사장을 건설기계사업 부문 CEO로 영입한 것. 헬샴 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쟁사인 볼보건설기계 CEO를 맡아 재임기간 동안 매출을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두산인프라코어로서는 '적장(敵將)'인 헬샴 사장이 승승장구했던 동안 경쟁사로서 나름대로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실력이 검증된 벽안의 적장에게 과감하게 지혜를 구했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국내보다 해외의 매출비중이 훨씬 높다. 한국의 DNA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각기 다른 고유의 문화를 가진 다양한 국가에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 언어는 물론 문화와 소비패턴 등을 잘 아는 현지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순혈주의'에 파묻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외국인이 임원은 돼도 CEO는 될 수 없었다. 글로벌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내부 인력만큼은 한국인을 더 중시해온 것이다. 다행인 점은 최근 들어 외국인 인재에 대한 시각이 점차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외국인 임직원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인사 시스템을 최근 새로 구축했다. 이 회사는 전세계에서 8,700여개의 사업장을 운영하면서도 그동안 외국인 임직원들에게 사원번호를 따로 배정하고 복리후생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차별'을 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현지의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채용설명회를 열고 있는 것. 김 회장이 해외인재 채용을 위해 직접 해외로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초부터 그룹의 글로벌화를 강도 높게 주문한 김 회장 스스로 해외인재들에게 문을 연 것이다. 비즈니스에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다고 한다. 하물며 피부 색깔이 경계선이 될 이유는 무엇인가. 능력만 뛰어나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블랙홀처럼 인재를 빨아들이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다. 또 그들을 진정한 조직의 일원으로 대우하고 육성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기업에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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