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스페인이 유럽위기 가늠자… 불안 확산땐 獨·佛 지원나설 것"

유로존의 미래를 말하다 - 긴급 좌담<br>김흥종 "유로존 붕괴땐 더 큰 재앙… 유럽 좌시 안할 것"<br>유승경 "통화동맹 애초 잘못… 질서있는 해체가 바람직"

김흥종 KIEP 연구조정실장

유승경 LG경제硏 연구위원

앞으로 1년1~2차례 충격 올수도
일부 국가 일시 탈퇴案은 비현실적
내년 주요국 선거 있어 해법 복잡
우리도 변동성 대비 서둘러야
"향후 1년 동안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던 것과 같은 파동이 1~2차례 더 올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것 경험한 것보다도 더 큰 충격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유로존(유로화 통용 17개국)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나아가 머지 않아 이 같은 쓰나미가 실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서울경제신문은 유로존 위기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조정실장을 초청, 지난 19일 유로존 미래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유 연구위원은 "통화동맹은 처음부터 잘못된 설계"라며 "유로존 지도자들이 결국에는 유로존 실패를 인정하고 질서 정연하게 해체해야 할 것"이라며 유로존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봤다. 반면 김 실장은 "유로존 해체는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에 유럽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사람은 유로존 생존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를 밝혔지만 앞으로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라며 개방경제 체제인 한국이 유로존 불안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사회=먼저 1999년 출범한 유로존 위기의 배경은 무엇인가.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단일통화 도입으로 회원국 간 통화주권이 상실됨에 따라 대외경쟁력이 취약한 남유럽은 북유럽과의 교역에서 심각한 적자를 기록, 경상수지 불균형이 심화됐다. 또 남유럽의 경우 역내에서 들어온 자본이 제조업에 가지 않고 부동산 등 비교역재에 투자되면서 산업 생산성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자산 버블을 일으켰다. ▦김흥종 KIEP 연구조정실장=유로존 위기라고 했지만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다. 아일랜드가 금융권의 위기라면 그리스는 정부의 위기다. 그리스는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에서 유로존에 들어온 후 10% 이상으로 크게 높아졌다. 경기가 좋았을 때 재정건전성을 위해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익집단 간 알력 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사회=유로존 위기가 근 1년을 넘어 점점 증폭되는 양상이다. 그리스는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갈 수밖에 없나. ▦김 실장=유럽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재정적자 개선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 특히 그리스 부채 규모와 경제성장률을 단순히 보더라도 상환이 힘들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채권을 갖고 있는 은행들이 채무 재조정을 하게 될 때 연쇄적인 은행 위기가 올 수 있다. ▦유 연구위원=동의한다. 지금은 당장 디폴트를 용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어떻게든 2차 구제금융을 마무리 지을 것이다. 그러나 50%의 채무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유럽의 뱅킹 시스템 붕괴가 발생할 것이다. 채무 재조정은 곧 디폴트를 의미한다. ▦사회=특정 국가에서 디폴트가 발생하고 위기가 반복되면 유로존 자체가 붕괴되지 않나. 지속가능한 통화동맹이 가능할지. ▦유 연구위원=그리스의 부채는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로 봐도 된다. 우리 같은 경우 위기에 빠졌을 때 환율이 급등해 대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살리면서 부채를 갚았다. 그러나 유럽은 단일통화에 묶여 있어 그것이 불가능하다. 현재 시스템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설령 이번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유로존 경제취약국들은 10년마다 빚잔치를 해야 한다. 통화와 무역을 통합하면 그리스도 산업생산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시장에 대한 큰 환상이다. 따라서 산업생산력에 맞는 환율정책을 펼 수 있는 제도로 가는 등 17개국이 단일통화를 쓰는 체제는 재편돼야 한다. 통화주권 회복 없이 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가 수출 주도 경제를 바꾸기 어려운 것처럼 나라마다 성장모델이 다르다. 그런 상태에서 하나로 묶으니까 일정 주기로 금고가 꽉 차고 비는 것이 반복될 것이다. ▦김 실장=역사적으로 통화동맹이 오래가거나 성공한 사례가 없어 유로존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근거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50~60년간 유럽 통합 과정에서 깨지고 물러서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앞으로 진행됐는데 지금의 재정위기는 과거 파국적 상황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또 유로존이 붕괴될 때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회=일시적으로 재정이 취약한 국가의 일시적 탈퇴나 반대로 독일ㆍ프랑스 등 양호한 국가들이 탈퇴하는 방안도 거론되는데. ▦유 연구위원=정치적으로도 그렇고 유로존 이탈로 자국통화가 부활하게 되면 한시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초래된다. 대응 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해 자국 통화가 투기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대외 채무의 대부분이 유로화 표시 채권이라서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무역경쟁력을 높일 수는 있겠으나 채권 상환부담은 엄청나게 증가한다. ▦김 실장=한시적 탈퇴방안은 유럽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는 아이디어다. 그것은 유럽통합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존립 자체를 무너뜨린다. 유럽통합은 정치ㆍ외교적으로 볼 때 1ㆍ2차 대전과 같은 전쟁의 참사를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유로존 분열 또는 붕괴는 유럽통합의 미래가 없다고 봐도 된다. 그리스의 경우 단기적으로 경기가 살아날 수 있겠지만 제조업이 약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더라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가 스스로 탈퇴를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독일과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최근 독일ㆍ프랑스 정상회담에서도 단일 경제정부를 만들자는 합의하는 등 재정경제 통합 움직임이 있는데. ▦김 실장=통화ㆍ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다르다. 재정통합은 국가주권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민투표로 당선된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회=유로존 경제의 기관차 독일이 좀 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 않는가. ▦김 실장=현재의 정치 리더들의 세대가 유럽통합의 혜택을 가장 못 받았기 때문에 리더십이 떨어진다. 정치 지도자들이 유럽통합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 반면 1970년대 전쟁세대는 전쟁의 비참함을 알기 때문에 통합정신이 높았다. ▦유 연구위원=독일은 긴축을 모범을 보일 것이 아니라 확대재정 정책을 펴 유로 경제를 부양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독일의 무역흑자는 남유럽의 경상수지 적자에서 비롯된다. 유로존 출범에 따른 최대 수혜국이 독일이다. 하지만 독일은 물가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는 상당한 부담을 가질 것이다. ▦사회=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로존 3, 4위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처럼 될 것인가. ▦유 연구위원=스페인이 유로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9%다. 지불불능 상태가 왔을 때 스페인까지 지원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은 불가항력 상황이다. 특히 스페인은 민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가부채 비중은 낮은데 가계부채 규모가 크다. 구제금융을 받는다 해도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다. ▦김 실장=스페인이 위험해지면 독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지원할 것으로 본다. 스페인이 디폴트 상태에 이르면 걷잡을 수 없다. 독일 입장에서 그리스는 관광지밖에 안되지만 스페인은 자국 기업도 많이 나가 있어 타격이 크다. 따라서 독일과 프랑스는 스페인은 어떤 형태로든 지원해서 디폴트 상황만은 막으려 들 것이다. 유로존 위기의 척도가 스페인일 것이다. ▦사회=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한 대책은 무엇일까. ▦김 실장=전면적인 채무 재조정과 가시적인 재정통합을 한꺼번에 할 수 없겠지만 그 두 가지를 갖고 위기를 돌파할 수밖에 없다. 유로존 붕괴는 더 큰 재앙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모든 손실을 분담하고 그것을 통해 유로존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손실을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그게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도 충격이 덜한 방식이다. 문제는 채무 재조정에 대한 가시적 조치가 나온다면 더한 파동이 생긴다는 점이다. ▦유 연구위원=내년부터 주요 국가에서 계속 선거가 있다. 다른 정치세력의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정치적 갈등이 재정통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무리 운영을 잘하려고 해도 그 국가의 정치주도권이 바뀌게 되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파국이 올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제일 좋은 방법은 질서 정연한 후퇴를 해야 한다고 본다. 후퇴란 통합을 푼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가가 잘못 지은 건물을 사람들이 민다고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유지될 수 없는 건물이라 인정하고 질서 정연하게 해체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차라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유로존은 정치적 의지와 협력, 정책으로 유지하기에는 너무 설계가 잘못됐다. ▦사회=한국의 대유럽 수출이 최근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국과의 영향을 살펴본다면. ▦유 연구위원=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당히 타격이 예상되고 거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금융시장의 경우 충격이 상당히 많이 올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준비해야 한다. ▦김 실장=2000년대 들어 대표적 선진국 시장은 연 1~2% 성장했지만 유럽 수출은 7~8%로 빨랐다. 우리 수출품의 고급화가 통했기 때문이다. 유럽 수출은 우리 상품 인지도와 인프라가 깔려 있어 영향이 덜할 것으로 생각한다. 자본시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를 현금주머니, 즉 급할 때 돈을 빼 쓰는 현금입출금기(ATM)라고 하는데 우리는 영국계가 제일 많다. 하지만 영국도 아일랜드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아일랜드 위기에 따라 우리나라에 전환될 수 있는 자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1966년 경남 진주 ▦대아고ㆍ서울대 경제학과 학ㆍ석사 ▦일리노이주립대 경제정책학 석사 ▦파리 고등사회과학원 박사 ▦프랑스 산업화연구센터 연구원 ▦LG연 책임연구원 ▦LG연 연구위원 ◇김흥종 KIEP 연구조정실장=▦1964년 서울 ▦경복고ㆍ서울대 경제학과 학ㆍ석ㆍ박사 ▦한국국제경제학회 사무차장 ▦국제통상학회 부회장 ▦한ㆍEU FTA 전문가 자문위원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KIEP 연구조정실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